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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충환 Mar 14. 2021

버닝썬이뭐길래..

버닝썬, 숨겨진 이야기 #4.

 강남 한복판 치고는 특급 호텔이 들어선 언덕이 생각보다 가팔랐다.


 그곳은 클럽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번화가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었다. 홍대, 이태원, 심지어 강남의 다른 클럽들과는 달리 위치가 상당히 외졌다. 다만 5성급 최고급 호텔의 위용은 지하에 존재한 클럽이 굉장히 고급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밤 12시, 차없는 뚜벅이 클러버들이 가뿐숨을 몰아쉬며 언덕을 올라갔다. 


 ‘버닝썬’

 

 클럽의 상징, 불타는 태양 문양이 정문에서 입장객들을 유혹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세련된 붉은 조명이 우리를 빨아들이듯 지하로 안내했다. 우리는 무언가에 끌린 것처럼, 붉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향했다. 발밑 깊은 곳에서부터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발걸음을 뗄수록 음악은 점점 크게 들려왔고, 심장도 점차 요동치기 시작했다.


클럽 내부로 들어가는 진입로 (출처 : 당시 버닝썬 홈페이지)


 우리는 미리 예약 해 놓은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이라기보다는 쟁반 크기의 작은 밥상 같다. 잠시 뒤 레이싱걸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 샴페인을 들고 다가왔다. 그녀들은 '샴걸'이라고 불렸다. '샴페인 걸'의 줄임말이다. 샴걸들의 손에 들린 샴페인 병 입구에서는 신기하게도 폭죽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장치’였다. 사람을 흥분하게 만드는 장치.

 뭔가 더 비싼 술을 시켜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덫' 이였다.   


 우리 앞의 조그마한 테이블에는 샴페인 4병이 올라왔다.  

 120만 원.  술값과 자릿세였다. 고작 샴페인 4병이지만, 그 정도 지불하지 못하면 테이블에 앉지도 못했다. 그런데 테이블이 생각보다 더러웠다. 뭔가의 얼룩도 지고, 먼지도 잔뜩 묻어 있었다.

 

 '120만 원짜리 자리인데? 왜지? 이 고급스러운 클럽이..'

 

 우리는 잠시 뒤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주변의 다른 테이블 위로 몇몇 여성들이 올라가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테이블이 더러웠던 이유는 발자국 때문이었다. 우리들이 앉은 의자는 개별 의자가 아니라 벤치형으로 단상과 연결돼 있었다. 단상은 테이블보다 조금 더 높았다. 샴페인을 마시다 자연스럽게 테이블이나 단상에 올라가 춤을 출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무대였다. 사람들은 단상과 의자, 테이블에 올라가 몸을 흔들어 댔다.


 버닝썬의 모든 곳이 무대였다.

 

 클럽 이곳저곳에서는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다. 레이저는 클럽 천장과 벽면을 화려하게 수놓았고, 가끔 글자를 써내려 가기도 했다. “소리 질러!” “OO야 사랑해!” 같은 다소 유치한 문구들을 레이저가 그려내고 있었다.  

 클럽 밖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지만 클럽의 밤은 끝없이 불타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더욱 흥분했다.

 

* 당시 버닝썬에 잠입 취재했을 때의 클럽 풍경




 도대체 버닝썬이 뭐라고, 그렇게도 폭발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까? 버닝썬은 그냥 수많은 클럽 중 하나였을 뿐이다. 당시에는 보다 더 크고 유명한 클럽도 있었다. 단지 사장이 승리라는 이유 때문이었을까?  

 

 버닝썬은 탄생부터 특별했고 요란했다. 클럽계에서 워낙 주목을 받았기에 클러버들은 버닝썬 오픈 전부터 기대감으로 술렁거렸다. 버닝썬은 신생 클럽이지만 당시 강남을 주름잡던 최고의 클럽 '아레나'를 뛰어넘을지 관심이 집중됐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5성급 특급 호텔의 럭셔리 클럽. 1억 원을 호가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싼 술과 돈 많은 VVIP를 위한 확실한 구역이 존재했다. 더욱이 대형 연예인이 운영하는 클럽은 샐럽들이 모이기 딱 좋은 배경을 갖췄다. 샐럽들은 돈 많은 일반인들을 끌었고, 클럽은 룸과 테이블 장사로 거대한 수익을 만들어 냈다.


 버닝썬에는 이른바 '급'이 존재했다. 무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강남 테이블'과 '강북 테이블'로 나뉘었다. DJ 부스 앞쪽의 테이블들은 강남. 출입구와 화장실 쪽 테이블들은 강북이다. 사람들은 다들 강남으로 진입하려 애쓴다. 테이블 자릿세는 강남이 강북보다 훨씬 비싸다.

 2층에는 VVIP들 만을 위한 룸이 있었다. 사방의 벽이 유리로 돼있는 방이다. 유리로 돼 있었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다. 룸에 앉기 위해서는 날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1억 원이 필요했다. 대개 특정인들이 2층의 VVIP룸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들은 주로 거금을 들고 찾아온 중국인들이었다.

 버닝썬 사건이 한창 진행될 때 이곳을 중심으로 여러 성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지목됐다. 심지어 룸 바닥에서 주사기가 발견됐다는 클럽 내부 직원의 증언도 나왔다.

 

클럽 버닝썬 테이블 배치도

 

 버닝썬은 VIP에 대한 대우가 확실했다. 일반인 입구와 VIP 입구가 따로 있었다. VIP 전용 입구로 클럽에 들어서면 곧바로 2층의 유리 룸으로 향할 수 있었다.

 전체 테이블에서 DJ 바로 앞 1, 6, 12, 22번 테이블이 소위 가장 ‘힙’한 위치이다. 이곳은 하루에 약 2천 만 원가량의 돈을 써야 잡을 수 있는 테이블이다. 주로 연예인들과 VIP들이 이용했다고 한다. 금요일은 테이블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누군가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먼저 예약을 했더라도 밀려날 수 있다. 그러면 '베팅'을 한다. 술을 더 시켜 테이블 값을 높여서 자리를 사수하는 것이다.


 클럽을 가는 남자들의 상당수는 부킹이 목적이다. 부킹을 위해서는 클럽 안에서 비싼 테이블에 앉는 것이 유리하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어떻게든 고가의 테이블에 앉기 위해 이른바 '조각'이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너무 비싸다 보니 4,5명이 비용을 나눠 낸다. 이들은 서로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어차피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만 달성하면 그만이었다.   


 사람들의 욕망과 허영, 과시는 클럽의 자양분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것의 단물을 빨며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하려 했다.

 그로 인해 그곳에서는 조금씩 범죄의 싹이 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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