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록의 시작은 굉장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가장 큰 계기가 되었던 시작은 가장 마지막 회사에서였어요.
워킹맘이 된 이후 엄마, 아내, 서비스맘, 조직의 리더맘 등각 장소에서 두 개 이상의 캐릭터로 생활하다 보니 빠르게 돌아가는 스타트업에서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어 뇌의 과부하가 오기 시작했어요.
< 잘 잊기 위해 기록한다. >
그때부터 회사 일들은 모두 기록하고 뇌에선 잊었어요.
컴퓨터의 어느 폴더, 어느 파일에 기록되어 있는지만 기억해 놔서 늘 색인을 붙여놓은 것처럼 찾기 쉬웠어요. 마찬가지로 엄마와 가정으로서의 일은 내게 보내는 카톡에 그날 해야 할 일들을 늘 기록하고 뇌에선 잊어버렸어요.
그렇게 늘 뇌의 빈 공간을 유지하며 뇌를 효율적으로 쓰려했던 것 같아요.
회사 노트북은 제 뇌 역할을 대신했어요. 출근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면 전원이 부팅되듯이 제 뇌 중 '엄마'와 '가족'의 역할은 사라지고 '일'과 '서비스', '조직'에 대한 것들이 재부팅되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둘째가 찾아오며 새로운 역할인 '임산부'라는 캐릭터가 하나 더 늘었어요. 만삭의 몸으로 기존처럼 매시간 단위로 회의를 하니 거의 생존을 위해 회의록을 썼어요. 다음 회의를 위해선 지금 회의의 내용을 기록해서 바로 보내놓지 않으면 다음을 이어갈 수 없었어요. 그렇게 매시간 단위로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고민하며 회의록을 쓰고 보냈어요.
그러다 한 후배가 그러더라고요.
"○리. 똘똘이(둘째 태명)가 우리 회사 사정을 직원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아요. 몸은 괜찮으세요? 힘드실 것 같아요"
팀원의 애정 어린 이 한 마디에 머리가 띵 망치로 맞은 것 같았어요.
'아, 나 왜 이러고 있지?'
현재의 나의 모습을 제대로 인지시켜준 팀원의 피드백을 계기로 회사 일의 회의록을 기록하던 그 능력을 저 자신을 위해 쓰기 시작했어요. 회의에 참석하는 열정 레벨을 조금씩 줄여가기 시작했고 그 시간들을 제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틈틈이 의식적으로 쉬었어요.
그때부터 지하철로 오며 가며 임산부 워킹맘으로 회사와 집에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는 와중에 떠오른 생각들을 브런치에 글로 풀어놓기 시작했는데 마치 산소 호흡기 같았어요. 그렇게 제게 주어진 평소와는 다른 환경인 임산부라는 핸디캡 덕분에 제게 발생한 어떤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글쓰기와 기록들이 오히려 제게 가장 많은 위로를 주었어요.
어제보다 나은 임산부 워킹맘 매거진 보러 가기 >
그렇게 일상을 기록하는 일을 지속했어요. 출산 후에는 기록의 중심이 일에서 경제 공부로 옮겨갔어요. 육아 휴직 후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며 다시 시작한 블로그에서 제 일상을 블로그 글로 쓰기 시작했어요.
이제 블로그는 제 뇌이자 이동식 데이터 베이스가 되었어요. 마찬가지로 경제 공부, 임장, 여행, 맛집, 독서의 기록 모두 제 뇌에선 비워졌고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였어요.
저는 학창 시절부터 꿈 노트를 가지고 있었어요. 꿈쟁이 김수영 님의 영향으로 그때부터 제 꿈에 영향을 준 경험과 사건들을 기록하기 위한 꿈 노트가 있어요.
어느 날, 우행 꿈 수다모임 비전 보드 편을 운영하기 위해 과거의 꿈 노트를 오랜만에 펼쳤어요.
<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
오랜만에 펴본 과거의 꿈 기록들에서 많은 전율을 느꼈어요.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2013년도 좌우명이자 기록이에요.
과거의 기록들을 돌아보며 반드시 꿈을 이뤄야 해! 라며 열정적으로 살아온 것도 아닌데 참 많은 꿈의 기록들을 이뤄오며 끌어당김의 법칙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사회초년생 시절 늘 꿈꿔온 꿈을 캘리그라피로 그렸었네요.
09년 여름 휴가 싱가폴에서 세계로 가고 싶단 꿈을 꾸곤 약 2년후 싱가폴과 파리로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어요.
마찬가지로 해외로 가고 싶단 꿈을 꾼 후 정말 프랑스 회사로 이직하게 됩니다. 이직 때 선물로 받은 카드였는데 그 카드의 개선문을 보러가서 기록을 남겼어요.
2013년의 기록입니다. 지금도 블로그에 종종 쓰는 가치관들이 기록되어 있어 놀랐어요.
2009년의 기록인데 8번 미국을 신혼여행으로 가게 되었고 아직도 미국 출장을 꿈꾸고 있다는게 신기했어요.
21년 연말, 나를 정의했던 한문장.
22년 가족의 소원편지
22년 연말 정의했던 나
"뇌는 의미 있는 것들만 기억하도록 진화했다. 의미가 없으면 잊는다. 사소하고 습관적인 부분은 잊는다는 이야기다. 일상의 순간들 세세한 기억들이 의미 있진 않다. 그러니 잘 잊는다는 것." - 기억의 뇌과학
너무 빠르게 혹은 지루하게 지나가는 일상이지만 돌아보면 그 어떤 날도 같은 날은 없었던 것 같아요.
생각 없이 흘려보내면 그냥 지나갈 일상이지만 오늘의 나를 정의하며 꾸준히 기록해 보세요.
지금의 나를 정의하고 기록하는 것만큼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일은 없었어요.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에게, 미래의 나를 위해, 그리고 과거의 나를 위해서도 가장 절실하고 값진 시간이에요.
나 다움을 알아가는 시간들로 내가 더 행복해질 답을 스스로 찾아가며 미래를 그릴 수 있어요.
시간 단위 회의록이라는 기록이 제 삶을 주인으로 만들어준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었어요. 기록의 중심과 삶의 우선순위를 회사 일에서 제게로 옮겨온 시점부터 제 인생은 달라졌어요. 소속한 조직의 한 부품으로 살아가며 늘 꾸준하고 성실하게 배워온 능력을 그때부턴 제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한 기록을 남기는 일에 썼어요.
그동안 세 번의 이직, 두 번의 휴직을 하는 경험을 통해 소속되었던 조직을 나오면 내가 헌신한 시간보다 남는 게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아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나 자신을 위한 기록은 달랐어요.직업의 유무, 조직의 소속과는 관계없이 제 일상의 기록들이 쌓여 결국 내 삶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스토리가 되어갑니다.
'스스로 미디어가 돼라 - 참여감, 리완창'
끌어당김의 법칙이 나의 미래의 모습 그 근처 어딘가까지라도 나를 끌어주리라 믿어요. 오늘의 나의 점을 찍어 삶의 궤적을 남기고 미래로 연결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