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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리밍 Jun 11. 2021

배려는 의무가 아니다.

두 번의 임신 후, 마음이 자랐습니다.

 유독 더웠던 이번 주.

 월요일 출근 지하철. 오늘은 임산부석이나 노약자석에 자리가 하나도 없습니다. 한 시간 넘게 서서 지하철을 타며 진땀이 났습니다.

 내려서 쉬었다 갈까. 쉬었다 가면 이따 아이 하원 시간이 늦어지는데, 고민을 합니다.

 잘 참고 회사 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둘째가 태어나면 그리워할 회사에 출근하는 오늘을 떠올리며 커피 한잔의 여유와 함께 오늘을 기록합니다.


 어제는 첫째 아이의 하원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퇴근을 하는 길.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하필 가방에 우산도 없네요...

 뱃속의 둘째 아이를 생각해 뛰지 못하고 추적추적 비를 맞으며 서둘러 집으로 갑니다. 비 맞고 온 와이프가 안타까웠는지 남편은 오히려 제게 화를 내네요. 감정 표현이 서툰 경상도 남편입니다. 힘든 하루였습니다.


 처음 임산부가 되면 세상이 이렇게 약자에겐 어려운 곳이었나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내 몸은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은데 회사나 가정에선 제가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고 버스나 지하철엔 앉을자리 하나 조차 없는 세상. 가끔 그런 우리나라 복지와 환경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두 번째 임신이라고 그새 저도 마음이 조금 더 자랐나 봅니다.

사회에서 배려받아야 하는 임산부는 맞지만
그 배려가 의무는 아닌 것.

 사회 초년생 때 잇단 선배들의 출산/육아 휴직을 지켜보고 그들이 남기고 간 업무들을 처리하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여자로서 머리론 이해되지만 마음으론 이해 안 되는 상황. 사람은 가고 남겨진 일을 처리하는 사람. 제발 그게 나는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

 옛날 생각이 나면서 곧 다가올 휴직에 남겨질 팀원들에게 미안해집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저희 아파트 앞엔 까치 가족이 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을 러키하게 만들어주는 친구들입니다. 어제는 비까지 와서 오늘 아침에는 러키하게 멋진 달팽이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행운에 감사합니다.


 혹시나 제 글을 읽으신 분들 중 마음의 여유가 있으시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작은 배려를 실천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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