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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카페인플리즈 Jun 13. 2023

운동안해 죽은놈 못 봤어도
운동하다 죽은놈 많이 봤다

할머니에게 배우다


까딱하면 며느리가 먼저 사망하는 걸 볼 뻔한 우리 할머니, 아흔여덟에 돌아가셨는데 가시기 직전까지도 꼿꼿한 자세에 빠른 걸음으로 걸어 다니셨다. 심지어 시장엘 함께 가면 비실거리는 손녀한테서 장바구니를 빼앗아 당신이 들고 오시곤 했다. (덕분에 나는 사람들의 눈총으로 즉사 상태.)



반면에 난, 허약 그 자체였다. 체격은 할머니를 쏙 뺐는데 어찌 된 일인지 체력은 정반대. 집안에선 나의 전설(?)이 떠도는데 내가 7살 적 흐린 어느 날, 하늘을 보며 ‘비가 오려나?’ 했다는 것. 엄마가 이유를 물어보니 내가 무릎이 시리다고 했단다. ‘아프다’도 아니고 ‘시리다’니.



덕분에 난 다칠까 봐 (정확히 말하면 잘못하다 죽을까 봐) 그 흔한 자전거도 안 배우고 자랐다. 성인이 돼서는 좋다는 운동은 다 배우고 익혔다. 수영, 요가는 물론 PT, TRX, EMS, 발레, 필라테스 등등 안 해 본 운동은 없었지만 3일 멀쩡하면 4일 골골대는 체력은 최근까지였다. 뭘 해도 잠깐 좋아지다가는 아프면서 다시 제자리. 너무 답답해서 이유를 가만히 생각하던 5년 전, 난 할머니를 떠올렸다.



할머니가 주위에서 “어떻게 그렇게 근력이 좋으세요? 무슨 운동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손사래를 치며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운동 안 해서 죽은 놈 못 봤어도 운동하다 죽은 놈 많이 봤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우리 할머니, 몸을 많이 움직이셨다. 늘상 많이 걸어 다니셨고, 빨래 개시다가 양쪽 다리 쭉쭉, 주무시기 전 요 위에 누워서 허리 좌우로-



맞다. 운동이다.


할머니의 비결은 역시나 운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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