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교(無敎)라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2023년 3월.
MBC 조성현 PD가 제작하고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나는 신이다'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희대의 색마 정명석이 만든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와 이어서 소개되는 대다수의 사이비 종교는 사회문제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예전부터 익히 들어봤음직한 종교단체다.
나무위키에서는 '사이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겉으로 보기에 올바르고 비슷한 것 같으나 속은 전혀 다른 것'
글자 그대로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종교 같지만 본질은 아닌 종교를 일컫는 말로서 '유사 종교'라고도 한다. 이단과 유사한 말로 쓰이기도 하지만 이단은 '주류 종교'와 배치되는 교리를 가진 종교를 뜻하며, 사이비 종교는 종교의 탈을 쓴 '범죄 조직'을 말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는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교주 정명석 / 오대양 사건의 박순자 / 아가동산의 김기순 / 만민중앙교회 목사 이재록 등 자신을 '신'으로 칭하며 신도들의 삶을 지옥으로 내몬 이들을 조명한다. 이만희의 '신천지'가 빠져서 의외다. '나는 신이다'를 제작한 MBC 조성현PD는 "종교 단체에 들어가는 분은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분들이 아니다. 모든 분들이 해당된다. 명문대생도 피해자가 된다"고 말한다.
1980년경 신촌 단칸방에서 JMS를 시작한 정명석은 이를 증명하듯 그 당시 서울대 대학원을 다녔던 안모씨를 전도했다. 안모씨는 연세대 대학원 다니는 후배를 전도했고, 그는 다시 고려대 다니는 학생을 전도했고, 이어서 이화여대 학생을 전도했다.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명문대생들을 중심으로 JMS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다른 어떤 종교에서도 체험하지 못한 신비스런 체험을 JMS를 통해서 경험했다고 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인지 80년대 당시 정명석이 눈이 오라고 기도를 하니 눈이 왔고 이를 보고 더 신뢰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고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과연 사이비 종교의 문제가 '나는 신이다'에 소개된 일부 종교에만 국한된 것일까? 영상으로 만들어져 방영된 것들은 대표적인 사이비 종교만을 소개한 것이고 소개되지 않은 훨씬 더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종교가 존재한다.
그런데, 비단 '사이비 종교'만이 문제일까?
"여러분 주님 사랑해요? 나 사랑해요? (아멘) 빨리 눈깔 빼가지고 와요."
"여자가 하는 말 중의 절반은 사탄의 말이야."
"예수님이 눈에 보여 안 보여? 안 보이니까 목사님이 눈에 보이는 예수님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목사님이 자기 남편보다 더 좋아지게 돼 있어요."
"여신도가 나를 위해 빤스를 내리면 내 신자요, 그렇지 않으면 내 교인이 아니다"
"뭐? 윤x열 마누라는 뭐? 도사님이 뭐 했다고? 에라이 개같은X아. 빨리 회개해 회개"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내가 이렇게 하나님하고 친하단 말이야, 친해."
"기독교인들이 마지막 하늘나라 갈 때, 예쁜 간호사들 말이야. 치마도 짧게 입혀가지고 가슴도 볼록 튀어나오게 해서, 그래가지고 딱 그 성가대 만들어가지고 말이야."
"나는 돈 좋아해요. 굉장히 좋아해요. 돈 좋아하는데. 청년사업단에서 통신사 이동 그거 완성했어요. 그거 만드는데 30억 들었어요. 30억. 이제 통신사 이동을 1,000만개를 해야 돼. 1,000만개. 그러면 1천2백만 기독교인들은 다 통신사 이동에 참여해야 돼? 안 해야 돼? (해야 돼요.) 안하는 사람들은요. 생명책에서 이름을 지워야 해요."
"(미국 회사에서) 50년 동안 이자 없이 돈을 22조를 빌려주겠다. 우와. 50년 후에 그러면 빌려서 갚아야 돼? 안 갚아도 돼. 재림하시거든 주님이. 재림하기 전에. 재림하는데 뭘 갚어. 주님이 재림하는데..."
어느 교회의 목사라는 한 사람이 한 말인데, 사실 목사인지 사이비 교주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말을 스스럼 없이 내뱉고 정치에 깊숙이 관여를 하며 쌍욕을 너무나 자연스레 내뱉는다. 이를 믿고 따르는 이들이 과연 진정한 종교인(宗敎人)인지? 아니면 종교를 가장한 그 어떤 목적을 가진 집단인지는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개신교는 전세계에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가장 기형적으로 발달해왔다. 교회를 자식에게 세습하고, 교회를 매매할 때 신도의 수를 카운터하여 명당 얼마씩 계산한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고있는 사실이다. 하나님을 믿는 종교 대다수가 사이비 종교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이비 종교는 하나님과 관련이 있다. 하나님을 앞세워 선교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세를 확장해나간다. 많은 이들이 하나님을 믿는 이유는 뭘까? 일단은 쉽다. 잘못을 저질러도 회계하면 용서가 되니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한다. 물론 세상에 100%는 없으니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 '밀양'에서 전도연이 그녀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 면회를 위해 교도소에 갔다. 그를 용서하러 면회를 간 전도연이 어렵사리 살인범 앞에 섰다. 그 순간 그녀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이 그녀에게 말한다.
박석현 브런치_종교에 지나치게 의지하지 마라_영화 밀양 이창동 전도연 송강호
"하나님이 이 죄많은 놈한테 손 내밀어주시고, 그 앞에 엎드려서 지은죄를 회개(悔改)하도록 하고 제 죄를 용서해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죄를 용서해주셨다고요?"
"네.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서부터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도하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하나님한테 회개하고 용서받으니 이렇게 편합니다. 내 마음이.
요즘은 기도로 눈뜨고 기도로 눈감습니다. '주'의 어머니를 위해서도 항상 기도합니다. 죽을때까지 할겁니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직접 만나고보니 하나님이 제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습니다."
박석현 브런치_종교에 지나치게 의지하지 마라_영화 밀양 이창동 전도연 송강호 그 장면을 보며 헛헛한 웃음이 나왔다. 용서는 '신'이 아닌 '피해 당사자'에게 해야 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용서를 하지 않았는데, 신이 용서를 했다? 그야말로 신을 빙자한 참으로 아이러니한 정신병 말기 증세가 아닌가. 이후 면회를 마치고 나온 그녀는 말한다.
"어떻게 용서를 해요? 용서하고 싶어도 난 할 수가 없어요. 그 인간은 이미 용서를 받았다는데...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는데...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그 인간을 먼저 용서할 수 있어요?"
진정 하나님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죄책감에 사로잡힌 한 인간이 마음의 짐을 덜고, 스스로의 죄를 사(赦)하기 위해 진정 하나님이 있다고 생각하며, 상상속의 하나님을 만들어내 '셀프 사면(Self 赦免)'을 감행(敢行)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아직 죄를 뉘우치지 못한 파렴치한 그가 본인의 세상에는 사실 지금까지도 존재하지 않는 하나님을 만들어내 '용서 받았다'는 말을 주위에 퍼트리고, 스스로에게도 최면을 걸면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누구나 수행을 하고 깨달음을 얻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불교는 죄를 지으면 용서받을 수 없다. 그러니 애당초 죄를 짓지 말라는 것이다. 잘못을 하면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고, 죄를 지으면 죗값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윤회(輪廻)가 무서운 이유다. 이 윤회는 그것이 무엇이든 철저하게 스스로 지은 대로 받는다는 자업자득(自業自得)에 기초를 두고 있다. 업(業)에 따라 여섯가지 세상[육도(六道)]에서 번갈아 태어났다 죽으며 유한의 생사를 거듭한다. 인간이 죽더라도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본인의 업(業)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는 불교의 육도윤회(六道輪廻)는 일반인을 교화(敎化)시키는 데는 그야말로 가장 설득력이 강했던 사상 중 하나이다.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철저히 적용되며 평소 꾸준히 실천해야 하는 종교가 불교이니 그것을 믿기에는 삶이 너무 피곤하다. 어찌 평생 마음 수양을 하고 부처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도를 닦는 심정으로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내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평소 부처와 같이 수행을 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니 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가 말이다. 물론 불교 신자라고 하여 다 그리 사는 것 또한 아니다. 만약 불교신자 모두가 부처와 같은 삶을 산다면 극락(極樂)이 현실세상에 도래(到來)한 것과 다를 바가 없을테니 말이다.
종교을 믿는 것도 좋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평소, 또는 삶이 지치고 흔들릴 때 '의지'정도 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좋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나도 모르는 새 종교에 흠뻑 빠져들어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중독의 길로 들어설지도 모른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기도한다고 낫지 않는다. 목사님도 스님도 무당도 아프면 병원에 간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 뭐든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 공자가 심심해서 ≪논어≫의 <선진편(先進篇)>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믿고 싶을 때는 그냥 '나 자신(神)'을 믿어보면 어떨까? 허상만을 쫒다가는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모호해지고 결국 육신과 영혼이 오갈데 없는 허깨비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나와 나를 응원해주는 주위를 믿고 자존감을 높이며 살아가는 것만큼 현실적이고 현명한 일이 없다.
지금 이 순간, 하나님과 부처님이 저 하늘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고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는 저렇게 하라고 시킨적이 없다..."
인간이 감히 대항하지 못할만한 절대적인 존재인 '신(神)'을 앞에 내세워 나약한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그것!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나약한 인간을 가지고 노는 또 다른 나약한 인간!
어쩌면 종교는 인간이 만든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Business)일지도 모른다.
2024년 11월 출간
<스무 살의 너에게>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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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도윤회(六道輪廻) 설명
- 인간이 죽어도 그 업(業)에 따라 육도(六道)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는 불교교리. 힌두교교리
첫째는 지옥도(地獄道)로서 지옥에 태어난 이들은 심한 육체적 고통을 받는다.
둘째는 아귀도(餓鬼道)로서 지옥보다는 육체적인 고통을 덜 받으나 굶주림의 고통을 심하게 받는다.
셋째는 축생도(畜生道)로서 네 발 달린 짐승을 비롯하여 새·고기·벌레·뱀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넷째는 아수라도(阿修羅道)로서 노여움이 가득찬 세상으로서, 남의 잘못을 철저하게 따지고 들추고 규탄하는 사람은 이 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다섯째는 인간이 사는 인도(人道)이다.
여섯째는 행복이 두루 갖추어진 하늘 세계의 천도(天道)이다.
곧 인간은 현세에서 저지른 업에 따라 죽은 뒤에 다시 여섯 세계 중의 한 곳에서 내세를 누리며, 다시 그 내세에 사는 동안 저지른 업에 따라 내내세에 태어나는 윤회를 계속하는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인용[윤회(輪廻)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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