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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Oct 30. 2022

한계와 경계, 그 모호함에 대해

사람들이 분주하다. 벽돌을 만들어 견고하게 굽는다. 그 돌들로 성읍과 탑을 쌓아 올린다. 이렇게만 한다면,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을 것만 같다. 그들은 더욱 힘써 돌을 놓는다. 신의 영역에 침범하고 있다. 그 꼭대기에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싶어서. 

     

신은 이들의 언어가 하나이기 때문에 이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두면 정말, 그 일을 이룰 것 만 같았다. 신은 결정했다. 언어의 흩어짐은 신의 벌이다. 신은 이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했다. 이들은 더이상 탑을 쌓지 못했다. 이 일은 유대인의 역사, 성경에 기록된 바벨탑 이야기다.     

마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원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 진다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책을 통해 배웠다. 나는 사람마다 하늘이 정한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계란 나를 지켜주는 안전선이다. 내가 가지 말아야 할 길, 내 역할이 아닌 자리. 내 몫이 아닌 소유. 한계와 경계를 잘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완벽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품은 그것이 극복해야 할 한계인지, 지켜야 할 경계인지, 그걸 아는 게 나는 참 어렵다.    

 

어쩌면 바벨의 사람들도 경계를 한계로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곧 무너질 일에 그토록 애쓰고 힘쓰며 살았던 건 아닐까. 한계를 뛰어넘는 위대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 위대한 발상이 그들을 무너지게 했고, 흩어지게 했다.      


자연과 우주는 분명한 경계를 안다. 바다와 육지 사이, 타오르는 태양과 지구 사이. 이들이 서로의 경계를 지키기 때문에 우리가 안전할 수 있는 것처럼, 경계는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를 보호하는 안전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자리를 성실히 지키면서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 것, 이것이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다.      


사람의 세계는 어쩐지 자연의 이치처럼 쉽지가 않다. 우리는 여전히 언어의 흩어짐을 경험한다. 서로의 경계를 가볍게, 때론 지나치게 침범하기 때문이다. 그 침범은 바벨의 높은 탑이 무너진 것 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무너뜨리고,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한다. 조화에 균열이 일어나고, 균형이 흔들린다.    

  

어쩌면 우리는 오늘도 그때 그 사람들처럼, 바벨의 높은 탑을 쌓아 올리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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