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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선 Aug 30. 2020

코로나 직전에 다녀온 스페인 포르투갈

바르셀로나 마지막 직항기


2020년 2월 17일.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유행하고 우리나라에서 막 확진자가 십여 명 정도 생기기 시작했던 때였다. 딸과 나는 둘이서 16박 18일 일정의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을 떠났다.


6개월 전부터 준비해서 벌써 항공권과 호텔의 예약 발권도 다 되어있는 상황, 중국인으로 오해해서 인종차별이나 테러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친정 부모님은 만류했다. 걱정을 끼치면서 까지  굳이 가야 할까? 다음에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정말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강행하기로 했다.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
알함브라 궁전

우리가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고 난 다음날부터 한국에선 신천지로 인한 코로나 19가 엄청난 속도로 번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보이는 한국의 사정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남편과 다른 가족들을 두고 우리만 이렇게 벗어나 있는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한국은 이제 끝이야 그냥 유럽에서 돌아오지 마"  남편이 카톡으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낮에는 여행지에서 천국 같은 여행을 하고 밤에 남편과 연락할 땐 같이 있어주지 못해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되었다.


말라가의 선셋

그리고...

2020년 3월 5일 16박의 일정을 마치고 바르셀로나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우리가 예약한  항공기는 인천으로 가는 대한항공 직항 편. 며칠 전부터 한국행 항공편이 중단된다는 말이 많았다. 언제 어떻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였다. 다행히 우리가 탈 항공기는 취소되지 않았지만 다음날인 3월 6일부터는 대한항공 직항 운행이 중단되었다. 만약 일정이 하루라도 늦었다면 엄청 고생을 해야 했을 거였다.


혹시 몰라 평소보다 일찌감치 공항으로 갔다. 이미 공항에는 일정을 조정해 이 항공편을 타려는 우리나라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르셀로나 마지막 직항이었다. 지금까지바르셀로나행 비행기는 운항이 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돌아오고 난 후 유럽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만약 그때 여행을 취소하고 가지 않았었다면...

 아마 지금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

하루 이틀 늦게 출발하는 계획이었다면 아마 못 갔을지도 모르고 혹시나 갔더라도 많은 문제가 있었을는지 모른다.


포르투 동루이스 다리

아무튼 우리는 너무나도 절묘한 시기에 잘 다녀왔고 그래서 이렇게 여행이 고픈 시기를 잘 버티고 있는 듯하다.


다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갈 수 있다면... 

남편과 함께 카탈루냐 광장을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둘이서 그라나다 타파스 투어도 해보고 싶다.

포르투의 히베이라 광장에서 야경을 보며 거닐고 싶다.

하늘 길이 열리고 다시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이 모든 작은 소망들을 같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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