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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선 Jan 27. 2021

일곱 언덕의 도시 리스본, 28번 트램 투어

28번 트램에 몸을 싣고 낯선 도시를 헤매는 꿈을 꾼다.


땡땡땡!

소리와 함께 트램은 오래된 앨범 속 빛바랜 사진을 닮은 도시 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차도와 레일이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 좁은 골목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 앞서 가는 차가 있으면 멈춰서 기다렸다. 트램이 먼저 가고 있을 때면 차도 마찬가지다. 길이 좁고 오르막이 많은 리스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성격 급한 사람은 살기도 쉽지 않겠다.



리스본의 28번 트램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트램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트램이 있는 풍경으로 제일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리스본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28번 트램이다. 웬만한 관광지는 거의 다 갈 수 있어서 리스본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타보고 싶어 한다. 다른 구간을 운행하는 신식 트램과는 달리 28번 트램은 옛날부터 써오던 한 칸짜리 구식 트램을 그대로 사용해 더 빈티지한 멋스러움이 넘친다.


 28번 트램 색연필 그림

덜컹이는 트램의 오래된 나무의자에 몸을 맡기면 마치 나를 과거 속으로 이끄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느리게 가는 트램 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화려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았고, 트램 안은 알아듣기 힘든 포르투갈어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로 번잡스럽다. 낯선 도시에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이 순간은 여행자의 여정에 특별한 기억을 남겨 주었다.


일곱 언덕의 도시 리스본

일곱 개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답게 리스본은 유명한 전망대가 많다. 어떤 여행자들은 모든 전망대를 다 가보는 전망대 투어를 하기도 한다. 28번 트램을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산타루치아 성당 옆에 있는 산타루치아 전망대와 태양의 문이라는 뜻을 가진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그리고 그라사 전망대 등이다.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에서 걸어서 7분 거리에 있는  조르제 성도 꼭 가보아야 할 전망 포인트이다. 트램에서 내려 리스본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옆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감상하고는 다시 트램을 타고 다음 여행지로 가도 좋을 것 같다.


산타루치아 전망대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특히 리스본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상 조르제 성에서 보는 리스본 시내의 모습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나 아름답다. 시간 여유가 없어 그라사 전망대에는 가보지 못해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 리스본에서 3박 4일만 머문다는 건 잔인한 일이다. 너무나 맛있는 음식을 살짝 맛만 보고는 빼앗긴 기분이다.


상 조르제 성


우리가 갔을  리스본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비가 오는 리스본 거리를 방송에서 많이 봐서인지 리스본 하면 비가 떠오를 때가 많았다. 사실 날씨가 좋아야 여행하기 편하다. 그러나 비가 내리면 도시는 또 다른 세계가 된다. 우산을 쓰고 음악처럼 들리는 빗방울 리듬 맞춰 거리를 걷다 보면 젖은 운동화에 찝찝해하다가도 빗물에 회색으로 변해버린 도시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비가 내리는 어느 오후, 종점에서 28번 트램을 타고 가다 맘에 드는 곳에 내려 커피를 마시고 다시 트램에 올라도 좋다. 차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목적도 없이 종점을 향해 가다가 또 문득 내키면 낯선 거리에 내려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러 맥주 한 잔 하기도 하는 그런 여행을 해 보고 싶다. 그때 내 옆에는 사랑하는 이가 함께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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