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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선 Jan 10. 2021

바다를 향한 영원한 꿈, 리스본으로!

리스본의 밤거리


낯설고 먼 나라 포르투갈  

한때 세상의 끝이라 여겨졌던 포르투갈, 지금도 대서양을 옆에 끼고 유럽의 서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 가는 직항 노선이 없어서 일까? 유럽 여러 나라들을 여행했지만 유독 포르투갈은 멀게만 느껴졌다.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심정적으로도 그랬다. 그래서인지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리스본과 포르투를 일정에 넣으면서도 그리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포르투갈에 간다니...



포르투갈의 역사는 부침이 많았다. 15세기 대항해 시대에 브라질 등 남미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식민지 지배로 번영을 맞이했으나 16세기 후반 강대국인 스페인에게 60여 지배를 받았고 영국과 동맹을 맺고서야 겨우 벗어났다. 1755년 포르투갈은 다시 리스본의 85%가 무너져 내린  리스본 대지진을 겪어야 했고 그 후 폼발 후작의 지휘로 도시 재건에 힘써 지금의 리스본이 건설되었다. 19세기~20세기 세계 각지의 식민지가 독립하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뒤쳐지게 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왕정이 무너진 뒤 40여 년간 집권했던 살리자르 독재정권에 맞서서 1974년 4월 25일  일어난 카네이션 혁명이 성공해 민주주의를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외세 침략, 자연재해, 독재정권 등 고난의 역사를 보며 어느 정도 동병상련의 감정도 느껴졌다.


대항해 시대, 영원한 번영을 위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망망대해로 신대륙을 꿈꾸며 떠났던 선원들, 그리고 모험가의 나라. 눈물로 그들을 기다리던 인들의 기도와 염원이 담긴 한 서린 노래, '파두'. 일곱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 리스본의 언덕을 달리는 노란 트램의 모습. 사진과 영상으로 먼저 만난 포르투갈은 거칠고 소박해 보이지만 낯선 매력이 있었다. 언제나 새로운 곳으 떠나는 여정은 마치 신대륙을 찾아가는 것 같은 설렘을 나에게 준다.

가슴 가득 기대감을 품고 지금 포르투갈 여행을 시작한다.




세비야 공항

탑 포르투갈 TAP PORTUGAL

활주로까지 걸어가서 비행기에 올랐다. 프로펠러가 달린 귀여운 항공기였는데 과연 저게 뜰 수는 있을지 의문스럽다.

오후 3시 10분에 세비야를 출발한 비행기는 3시 20분에 리스본에 도착했.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한 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시간상으로는 10분 만에 도착하는 셈이다. 뭔가 이득 본 느낌이 든다. 2-2 구조의 작은 비행기라 저가 항공인 줄 알았는데 포르투갈 국영 항공사였고 심지어 한 시간 남짓 비행에 기내식도 나온다. 포르투갈에서는 나타(Nata)라고 부르는 에그타르트와 음료였다. 기내식인데도 상당히 맛있고 한국에서 먹어본 에그타르트와 달라서 깜짝 놀랐다. 리스본에서 먹어볼 나타의 맛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자리 잡고 앉아서 기내식을 먹고 나니 어느새 리스본에 도착했다.


TAP 포르투갈 항공
기내식으로 나온 에그타르트
리스본 포르텔라 공항

인포메이션에서 리스보아 카드를 먼저 구입하고 시내로 향했다. 리스본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밖으로 나오면 바로 탑승장을 찾을 수 있었고 요금은 기사에게 지불하면 된다. 편도에 1인 4 유로지만 리스보아 카드를 보여주면 3 유로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시내 중심으로 가는 1번 공항버스를 타고 30분 조금 넘게 걸려 우리가 묵을 호텔 근처 호시우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 호텔은 피게이라 광장 옆에 있었고 리스본의 명물인 28번 트램 종점이 바로 앞이라 교통이 아주 좋았다. 체크인을 하고는 바로 리스본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후 5시가 넘었지만 아직은 어둡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의 날씨 운은 끝나지 않은 듯 그리 춥지도 않고 날씨도 좋았다. 그래서 기분은 더 좋았다. 구글 지도가 시키는 대로 호텔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갔다. 칠이 벗겨진 건물에 낙서 같은 그래비티, 거칠고 자유로워 보이는 분위기, 좁고 가파른 오르막길에 트램의 레일이 돌로 된 바닥에 깔려 다. 뭔가 기시감이 느껴진다. 내가 사랑했던 도시 나폴리와 좀 비슷한 것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트램이 있다는 것, 왠지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앞서 여행했던 스페인과는 다른, 좁은 골목길을 노란색 트램이 오르는 낯선 풍경 보였다. 드디어 리스본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리스본 대성당과 노란 트램
알펜드레 입구


목적지에 도착했다. 늦은 점심인지 이른 저녁인지 모를 식사를 하러 오는 길이다. 리스본 대성당 뒤쪽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 '알펜드레'(Alpendre), 한두 시간 기다리는 건 다반사라는데 어중간한 시간이라 손님이라고는 우리밖에 없다. 시원한 생맥주 두 잔에 해물밥과 돌판 스테이크를 각각 1인분씩 주문했다. 손이 얼 것 같이 차가운 주석잔에 담긴 생맥주가 먼저 나왔다. 이거지! 리스본에 해물밥 맛집은 많지만 이 한 잔의 맥주 사진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셔보았다. 머리끝까지 찌릿한 냉기가 목을 넘어 식도를 따라 느껴지며 온 몸이 시원해진다. 여름에 마시면 정말 끝장이겠는데! 물론 지금도 맛있지만... 맥주 한 모금에 갑자기 행복해진다.



맥주를 마시는 동안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다. 데워진 돌판에 신선한 돼지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돌판 스테이크는 역시 기대한 그대로 맛이 있었다. 보기엔 커 보이지 않은데 막상 구워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한 가지만 주문할걸 생각 했지만 두 가지 다 먹어보고 싶었다. 해물밥은 조개 같은 해산물과 새우, 가재 등 갑각류를 넣어 끓인 일종의 해물탕 같은 음식이다. 시원한 해산물 국물에 쌀이 들어가 있고 얼큰하게 매운맛도 나서 우리 입맛에 딱이다. 리스본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고 해서 리스트에 넣어 두었는데 정말 현명한 결정이었다. 가리는 것 없이 현지 음식을 잘 먹지만 열흘 가까이 여행을 한 뒤 먹는 한식을 닮은 해물밥은 누구나 엄지를 어 올릴만한 맛이었다. 포르투갈을 다녀왔던 선배는 해장에 좋다고 했었는데 웬걸 내 생각엔 소주 안주로 더 좋을 것 같다. 생수병에 소주 조금 담아올걸 그랬나 싶었다. 메뉴 둘 다 맛있었지만 착오가 있었다면 1인분의 양이 너무 많아 둘이 먹기에 버거웠다는 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주위는 이미 어둠에 잠기고 있었다. 그냥 돌아가긴 아쉬워 대성당을 지나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에 켜진 은은한 조명이 밤의 광장을 아름답게 비춰주고 있다. 처음 보면 누구나 바다인 줄 안다는 테주강이 광장 너머에 있지만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고 해가 저물자 급격하게 추워져서 내일을 기약하기로 하고 호텔로 발걸음을 돌렸다.


코메르시우 광장
리스본의 아름다운 밤 풍경

아까 왔던 길과 달리 아우구스타 거리를 통해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우구스타 거리는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시작해 개선문을 지나 호시우 광장까지 길게 뻗은 보행자 도로이다. 아우구스타 거리로 들어서니 마치 밤을 잊어버린 듯 많은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상점들이 형형색색의 불을 밝히고 있다. 많은 여행객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리스본의 밤을 즐기고 있었다.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오길가에 서 있는 가로등 불빛에 내 마음도 흔들리는 리스본의 밤거리는 그저 걷고만 있어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지금 이 순간 너무 좋다.'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바로 그때 나의 마음이 딱 그랬다. 춥지만 않았다면 아무 목적도 없이 낯선 리스본 거리를 걷고 또 걸었으리라. 그 날 나는 처음 만난 리스본과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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