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속 수영일지 1년. 해녀학교 졸업 후 초급

언제나 처음처럼

by LOT
해녀학교 졸업 후


해녀학교를 졸업 후, 많은 게 바뀌었다. 첫째로 이사를 했고, 둘째로 취직을 했다. 셋째로 브런치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해녀학교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게 올해의 목표라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많은 것이 바뀌고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며 내 몸은 뻣뻣해져 갔다.


해녀학교 글을 쓰고 있으니 물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물에 들어가면 뻣뻣함이 녹아 사라질 것 같았다. 어느 날 이 생각이 강렬할 때, 일어나자마자 봐두었던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언제나 미룰 수밖에 없다. 수영장 앞까지 어떻게 달려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빨리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머릿속은 이미 물에 들어가 있었지만 강습 선생님을 찾아 이야기했다.


"접영 빼고, 수영은 할 줄 압니다. 그리고 해녀학교를 나왔어요"


선생님은 뜬금없는 소리를 들은 표정으로 답했다.


“네? 해녀학교요?”


왜 해녀학교까지 굳이 이야기했어야 했을까? 했지만 아마 초급은 아니라고 여겨서였을 것이다.


설명을 다 듣고 난 강사님은 슬며시 웃더니 말했다.


"저기 맨 끝 초급으로 가세요"



언제나 시작은 처음처럼


어떤 걸 경험했던 새로 시작하는 건 언제나 처음이다. 그러나 알고 있거나 해봤다는 착각에 준비운동을 놓친다. 눈을 뜨면 하루도 이때부터 처음이다. 일어나자마자 활동하는 것처럼 바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몸도 준비가 필요한데 자꾸 그것을 잊는다. 머릿속은 몇 단계를 건너뛰고, 벌써 앞에 가있다. 아니나 다를까 한두 번 레일을 왔다 갔다 했는데 벌써 몸이 무거웠다. 마음 간다고 몸이 바로 따라오질 않았다. 몸은 항상 생각보다 천천히 따라왔다.


초급반으로 가라고 하니 정신이 들었다. 내가 지금 모든 것에 처음인 단계에 다시 놓여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사도, 일도, 글을 쓰는 것도 천천히 시작해야 하는 것이었다. 모든 일은 일어나고 한참 후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언제나 스스로를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말이다. 원래는 복싱을 하려고 했는데, 새로 일하는 곳은 서있는 시간이 많아 무릎에 무리가 덜 가는 운동이 좋았다. 체육관도 가까워 출근하기 전에 다니기에 편하니 초급이어도 좋았다.



나에게 유일한 길

잊고 있던 것들을 되살리기 위해서 언제나 처음처럼 숨을 느낄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 새로운 것들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말이다. 빗나간 선택들에서 우울해하던 지난날보다는 적절한 때에 필요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스스로 내린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유일한 길이다.


초급반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는데, 강사님이 다가와 물었다.


"해녀 했으면, 숨은 얼마나 참을 수 있어요?"


나는 배운 대로 답했다. "숨은 참으면 큰일 나요~."


나중에 해녀학교 책이 나오면 말해 줘야겠다.


이제는 숨 참는 거 같은 건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이다.


그리고 물에 다시 들어가서부터는 처음을 처음처럼 잘 보내고 있다.



swimming beginner



자기 인생의 길을 볼 수 없다면
지금 여기, 이 순간, 삶의 현재 위치에 오기까지
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영혼이 절벽으로 올라왔음도 알아야 한다.
...
그러므로 기억하라.
그 외의 다른 길은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을.
자기가 지나온 그 길이
자신에게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
들리지 않는가.
지금도 그 진리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삶은 끝이 없으며 우리는 영원 불멸한
존재들이라고.

- 다른 길은 없다 / 마르타 스목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