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물이 느껴진다.
잔디밭 자잘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 듯.
몸을 스치는 흐름을 알아차리는 건 즐거운 일이다.
흔들거리는 물결이 닿을 때면 기분 좋은 바람을 맞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평영을 할 때 이 흐름을 느끼기 쉬웠다. 다리를 차며 몸을 쭉 뻗는 개구리 수영에서는 잠깐의 멈춤을 통해 물을 만끽할 수 있었다. 평영은 여유를 가져야 했다. 손을 모을 때는 숨을 들이마시며, 팔을 뻗을 때 훅하고 빠르고 깊숙이 두 손을 찔러야 했다. 이 동작을 같은 리듬으로 하면 잘 나가지 않았다. 천천히 할 때와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를 적절히 섞어 줘야만 했다. 그래야만 잠시 멈춘 듯 하지만 물결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수영을 할 때 무게중심은 머리와 몸의 앞쪽으로 두어야 쉽게 나아갈 수 있다. 땅에서는 두 발로 서있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다리로 내려간다. 하지만 물에 누운 상태에서 아래로 힘을 실으면 가라앉는다. 따라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중심을 두어야 했다.
가만히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것을 물에 띄운 종이배와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종이배가 수직으로 바닥에 닻을 꽂고 있다면, 그 배는 고정된 한 점에서 움직여야 한다. 처음에는 앞으로 가려고 팔과 발을 휘젓지만, 결국 아래로만 가라앉게 된다. 즉, 물속에서 제자리에서만 힘을 주다 보면 물체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게중심을 앞으로 바꾸면 제자리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흐름에 탈 수 있다. 물에 뜬 종이배를 상상해 보자. 배의 앞쪽에 구슬이 있어 무게가 실리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기운다. 이때 뒤쪽에 프로펠러 같은 것이 있다면 추진력도 생길 것이다.
즉, 종이배의 앞을 머리와 상체로, 뒤쪽을 다리로 생각하면 된다. 머리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다리 쪽에서 발차기를 주면 쉽게 앞으로 갈 수 있다. 숨 쉬려고 머리를 자꾸 세우면 잘 나가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처음엔 이 부분을 의도적으로 의식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다고 깨닫는 순간, 물의 흐름에 둘러싸여 있음을 느낄 것이다. 이런 경험이 바로 수영의 매력이 아닐까. 움직임을 잊는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흐르고, 그 흐름을 느끼며 한층 그저 앞으로 가는 것처럼 말이다. 언젠가 그렇게 물과 하나가 되는 순간을 깊이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