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거리
아침부터 시끄럽다.
“뭔데 나보고 옆으로 나오라 마라야!”
어찌나 목청을 드높이는지 머리를 말리는 드라이기 소리를 뚫고,
귀에 꽂힌다.
한참 투덜대고, 소리가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뒤늦게 샤워하고 나온 싸움의 상대도 같이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 언니들 봐요, 저 언니가 뒷사람들한테 방해가 되잖아요!”
두 분이 한참을 씩씩댔다.
싸움을 할 힘으로 레일을 더 돌았다면 모두의 귀는 평온했을 텐데 말이다.
수영을 하다 보면 레일을 따라 순서대로 가기 마련이다. 속도가 빠른 사람부터 서긴 한다. 그러나 몇 번 돌다 보면 체력으로 뒤로 밀리는 사람도 있다. 이는 상황에 맞춰 서로 순서를 양보하면 된다. 하지만 처음엔 각자의 거리와 속도를 알기 어렵긴 하다.
스스로의 객관적인 속도를 알지 못해 뒷사람들을 느리게 만들기도 한다. 또는 거리조절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바짝 붙어 손으로 발끝을 터치하기도 한다. 한두 번이야 실수일 수 있겠지만 고의가 다분한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앞으로 가도 되냐고 물어보면 될 텐데 말이다.
수영은 개인 운동 같지만, 막상 수영 수업에서 함께 하다 보면 중요한 건 서로 맞춰나가는 배려였다. 속도나 능력을 떠나서 어떨 땐 사람의 됨됨이가 보이기도 한다.
매 달 신규 수강생이 생기며 아직 서로를 몰라 물 맞춤을 하는 과정이겠거니 한다.
그래도 아침부터 귀가 아프다. 월말에 한산한 레일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