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데이 소셜 스터디 Oct 30. 2020

지쳤던 내가 시작한 취미

느리게 살기 위해 요리를 하는 나

느리게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냐 물어보면 나는 요리를 한다고 대답한다.


요리를 하며 방을 채우는 음식 향기에 취하고,

칼질에서 오는 손맛에 중독되었으며,

완성된 요리를 먹어주는 상대방의 표정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


요리를 좋아하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음식에 관한 관심도 많지 않았다. 항상 침대에 누워 배달 어플에서 오늘 뭐 먹을지 고민을 하다 주문한 음식이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받은 음식을 빠르게 먹고 다시 일을 했던 나. 매일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었다. 식사는 나에게 빠를수록 좋았고 맛있으면 맛있구나 싶었다.


대학 졸업 후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낸 시기가 있었다. 일도 하지 않았고, 친구도 만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같은 자리에서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내곤 했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무의미한 하루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삶의 아무런 성취감을 못 느꼈던 나는 그 무료함을 채우기 위해 방도 청소를 해보고 책도 읽어보았다. 잠깐은 기분이 나아졌지만 매일 반복하는 습관으로 만들지 못하자 금방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메리칸 셰프’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서 주인공이 요리를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문득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여자 친구한테 알리오 올리오를 만드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기도 하고 레시피를 인터넷에서 찾아봐 혼자 만들어 먹어보기도 했다. 물론 맛은 없었다. 그래도 레시피를 따라 하며 그 시간만큼은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정성스럽게 요리를 만들고 또 보기 좋게 플레이팅을 하면서 한동안 못 느꼈던 소소한 성취감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


그 날이후로 요리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나는 매일은 아니었지만 가끔 해보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필요한 재료들을 사 와서 해 먹는 게 취미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서서히 침대에 누워만 있던 내가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작지만 나름의 만족감을 느끼며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요리는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또 정신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는 취미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요리는 우울증, 불안증, 만성 스트레스, ADHD, 섭식장애 그리고 중독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해소용 활동으로 추천이 된다고 한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요리는 불안증 증세를 감소시켜주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862744/)


그럼 왜 요리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사람은 모두 성취감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인정을 받았을 때. 내가 잘하고 성과가 난다 생각이 들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요리가 그런 우리 바램을 적게나마 채워주는 것 같다. 요리를 하는 동안은 내가 전 과정을 통제하고 요리가 끝나면 완성된 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요리를 하는 동안은 집중이 필요한 만큼 평소에 생각으로 가득 찬 우리에게 잠깐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재료 손질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오감을 모두 사용하는 활동인 만큼 요리를 하며 느껴지는 손맛, 요리 냄새, 맛, 소리 그리고 완성되어가는 요리의 모습은 현재에 집중을 하게 만들고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요리가 익숙해지고 나면 명상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요리에 재미를 느끼는 순간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요리에 관한 새로운 기술 그리고 지식을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생기게 되면서 매일 새로운 무언가를 계기가 마련되고 지겹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하는 취미로 시작했던 요리지만 어느새 매일 밥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글을 쓰다 막혀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어도 저녁을 준비하며  복잡한 생각들을 접어두고 요리에만 집중을 한다. 그러다 보면 명상을 할 때처럼 생각을 비울 수 있게 되고 더 맑아진 나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곤 사랑하는 친구들과 식사를 나눠 먹으며 다시 힘을 낼 동기부여를 받곤 한다. 맛있을 때도 있고 맛없을 때도 있지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내가 열심히 무언가를 완성을 했고 그거를 알아주는 사람들만으로 충분한 것 같다.


어느 순간 무기력해지고 삶의 의욕이 사라질 때,

나를 위해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스러운 한 접시를 만들어보았으면 한다.

빠르고 맛있는 배달보다 번거롭고 맛이 없을 순 있지만

분명 그만큼 의미 있고 값진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 17화 공복에 따뜻한 물 한 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