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귀가길에서
태생이 서울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 서울에 살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나는 서울에 왜 이리 애착이 있는 것일까 이번 서울 여행을 다녀와서 생각해 본다. 돌아보니 서울 이곳저곳에서 떠돌이 생활을 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원에 다니기 위해 한두 달씩, 대학시절 그리고 신입 연수 기간에, 회사 다니며 그리고 결혼 후 가족과 함께. 지역도 여러 곳인데 목동, 선릉, 삼성, 건대, 이문동, 그리고 북가좌동.
가족과 생활하기 전 서울은 항상 '나 혼자' 있는 곳이었다. 내가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움직여야 하는 곳, 생존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곳 동시에 누구도 참견할 수 없는 내가 온전히 해방되는 곳이다. 신기하게도 서울 땅을 밟으면 지난 서울에서의 기억 조각들이 맞추어져 '자유'를 내게 선물하는 것만 같다.
매서운 추위가 지속되는 날들 그래도 난 서울이 좋다. 애써 여민 코트 안으로 거센 바람이 비집고 들어와도 그것들을 뚫고 걷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빠알간 코, 볼, 귀가 내에 들어가는 찰나 안심하는 순간, 반가운 온기도 좋다. 이동하는 길에 코를 자극하는 기름 냄새, 지나치기 어려운 길거리 음식도 좋다. 사람이 많아 지겹다고 불평하는 순간마저도 그 틈에서 열심히 걷는 내 모습이 은근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