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신 환자는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 좋다. 체격이 다들 다르니 딱 잘라서 2ℓ, 3ℓ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는 소변이 엷은 노란색을 띨 정도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나는 하루에 물을 2.5~3ℓ 정도 마신다.* 한국인의 평균 물 섭취량은 성인 남성의 경우 1ℓ, 성인 여성의 경우 860㎖라고 하니 일반인의 두세 배는 마시는 편이다.
* 최근 건강검진에서 의사는 내게 이 정도로 많이 마실 필요는 없다고 했다.
신장은 혈액을 걸러서 소변으로 만든다. 그런데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방광으로 흘러갈 수분을 다시 흡수한다. 소변 양이 적어지고 진한 노란색이 되는 건 이 때문이다.
다낭신은 이 과정에서 물혹이 커진다. 다낭신이 없는 몸이라면 흡수한 수분을 혈액으로 돌려보내서 몸을 돌게 하겠지만, 다낭신이 있는 몸은 흡수한 수분을 신장에 고이 만들어 놓은 물혹 안에 소중한 것인양 보관한다. 보물도 아닌데.
그래서 몸 안에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몸 안에 수분이 넘치기 때문에 신장이 절대 재흡수를 생각하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마신다.
물을 충분히 마셔도 체내 수분이 부족할 때도 있다. 짜게 먹었을 때! 짜게 먹어서 혈액 속 나트륨 이온 함량이 높아지면 평소 농도로 맞추기 위해 신장은 수분을 재흡수한다. 물을 마셨지만 그것보다 물이 더 필요한 거다. 그래서 짜게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라면 스프는 반만 넣는다.(아직 끊지 못했다) 외식할 때는 싱겁게 만들어 달라고 한다. 이건 꽤 짠데 싶으면 조금만 먹는다.(안 먹지는 못한다)
이전에는 자다가 일어나서 소변보기 귀찮으니까 자기 전에는 물을 안 마셨지만 이제는 자기 전에도 물을 마신다. 자다가 한 두번은 일어나서 소변을 보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잠에 든다. 내가 자는 동안 신장이 몰래몰래 물혹을 키울까봐 무서워서.
신체 장기들의 무서운 점이다. 정작 장기들, 세포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나라는 인간은 게을러 빠져서 일이든, 취미든, 게임이든 다 대충대충하고, 쉬었다 하고, 눈에 띄는 성과가 안 나타나면 아예 안 하는데 장기들은 핑계 없이 꾸준히 일을 한다. 몇 달을, 몇 년을 두고 보면서 신장은 조금씩 조금씩 물혹을 키운다. 무서운 녀석들이다.
어렸을 때는 이런 몸인지도 모르고 물을 안 마셨다. 딱히 목이 마르지 않기도 하고, 화장실 왔다갔다 하기 귀찮기도 해서. 그래서인지 난 물혹이 빨리 자란 편이다. 신장이 포도같다. 어렸을 때부터 물을 잘 마시고, 지금처럼 하루에 열두번* 화장실을 갔다면 이런 신장은 안 되었을까.
*과장된 표현입니다, 라고 적으려고 보니 정확히 화장실을 몇 번 가는지 잘 모르겠네요. 막상 세 보면 열 두번 갈 수도??
시외버스를 타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무섭다. 화장실을 가고 싶을까봐 물 섭취를 줄이면 물혹이 걱정되고, 그렇다고 물을 마시자니 버스 안에서 화장실이 가고 싶을까봐 걱정되고. 그래서 옆 도시로도 이동을 웬만해선 안 한다.(내가 사는 도시에는 기차역이 없어서 시외버스로만 이동이 가능하다)
곧 여동생이 출산하는데 걱정이다. 여동생은 시외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지역에서 산다. 이모로서 인생은 이상하게 살아도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은데 2시간의 거리가, 신장이 애지중지 키우는 물혹이 조카와 내 사이를 가로막는 거 같다. 이사를 가야지, 이사를 가고야 말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