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원래 과로하는 동물이 아니었다. 구석기 시대 인류는 하루 4시간 정도 노동을 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적정한 숫자인가! 수렵·채집을 4시간 정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쉬는 거다. 집 정리도 좀 하고, 애랑도 좀 놀고, 누워서 하늘을 보고, 그러다 잠들고 그랬겠지? 아, 이게 인생인데!
아쉽게도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는 현대인. 열정, 성과주의에 목매는 사회에서 산다. “성공하기 위해 모든 걸 가진 순 없다, 나는 건강을 버리기로 했다” 자랑스레 말하는 사회.
이런 사회 속에서 나는 느슨하게 산다. 이건 내가 선택한 사항이다. ‘굵고 짧게 살기’와 ‘가늘고 길게 살기’ 중 나는 가늘고 길게 살기를 선택했다. 슬프게도 내 기준에서 ‘길게’는 다른 사람 기준에서는 ‘짧게’에 속할 수도 있다.
근무 시간이 짧고 노동 강도가 세지 않은 직장을 다니고, 퇴근하면 강아지와 20분 동안 산책한 후 쉰다. 잘 때까지 쭉 쉰다. 외출은 거의 없다. 코로나 이전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독서모임을 나갔는데 그마저도 지금은 없다. 몸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생각한 건데 나는 30대 중반인데 벌써 60대 후반처럼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젊었을 때 조금 더 활동적으로 살았어야 했는데, 조금 더 많은 도전을 했어야 했는데, 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사실은 직장 다니는데 남들한테 보여주기 민망한 저질 체력을 다 쓰고 있기에 다른 일은 할 수도 없다.
이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나도 가끔 피곤할 때가 있다. 아니, 이렇게 사는 사람이 어떻게 피곤할 수가 있는가, 궁금하겠지? 피곤의 원인은 주로 두가지다. 첫째는 짜게 먹었을 때, 둘째는 월경 전후 기간. 이럴 때는 평소 생활 그대로 해도, 아니 그것보다 더 느슨하게 살아도 몸이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일반 사람과 다르게 다낭신이 있어서 생기는 증상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소변이 잘 안 나온다. 몸이 안 좋더라도 물은 계속 마셔야 한다. 오히려 몸이 안 좋으니까 더 마시려고 노력한다. 그런데도 요의가 느껴져서 변기에 앉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소변이 나오기 시작한다. 소변 줄기도 가늘고 시원치가 않다.
둘째, 배가 빵빵해진다. 많이 먹었을 때는 더부룩하면서 배가 빵빵해지지만 이때는 더부룩함이 없다. 가스가 찼을 때는 아랫배가 빵빵하지만 이때는 윗배가 빵빵하다. 기분으로만 빵빵한 게 아니라 실제로 배가 좀 나오기도 한다.
셋째, 허리가 뻐근하다. 허리가 아픈 거랑은 미묘하게 다른데 허리 뒤쪽으로 그득하니 무거우면서 뻐근하다. 약간 부풀어오르는 느낌이 든다.
위 증상들이 나타나면 불안해진다. 신장이 더 커졌을까봐. 물혹이 더 커졌을까봐.
이럴 때는? 물을 엄청 많이 마시고 그저 눕는다. 누워 있다가 물을 마시고 다시 눕고, 일어나 물을 마시고 다시 눕는다. 가벼운 산책 정도가 이때 하는 최대한의 움직임이다.
너무 몸을 사리는게 아니냐고 묻는다면 맞다, 나는 몸을 엄청 사린다.
우리 피곤하게 살지 말자. 다낭신 환자뿐이겠는가, 세상에 병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은 다 어딘가 아프다. 누군가 피곤하다고 하면 ‘여기 안 피곤한 사람이 어딨냐’고 말하는 사회는 너무 각박하다. 피곤하면 이마에 ‘나 피곤함’이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이고 어딘가 널부러져 있으면 되는 세상은 얼마나 따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