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질병을 앓기 시작하면 같은 질병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몸관리를 하는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뭘 먹고, 뭘 안 먹는지. 어떤 운동을 하고, 어떤 행동은 하지 않는지. 어느 병원을 다니고, 어떤 의사에게 진료 받는지. 나도 항상 신장 질환 커뮤니티에서 다른 환우분들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들여다본다.
다낭신 환자는 신장 수치가 정상일 때는 식단을 엄격하게 관리하라고 권유받지 않는다. '짜지 않게 적당히' 먹으라고 의사도 권고한다. 신장 수치가 나빠지면 의사의 말이 달라진다. 그때부터 경각심을 갖고 저염식, 저단백 식단을 시작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나는 아직 신장수치가 정상이지만 나름 저염식, 저단백 원칙을 두고 식단을 꾸린다. 30대가 된 이후로 신장 수치는 정상인데도 짜게 먹거나, 고기를 많이 먹으면 몸에서 이상반응이 나타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시세끼 저염, 저단백만 먹자니 내 인생이 안타까웠다. 어차피 나중에 신장이 나빠지면 먹고 싶어 죽을 것 같아도 못 먹을 텐데, 지금 먹을 수 있을 때 맛있는 것들을 적당히 먹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맛있는 걸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한데 그 행복을 벌써부터 앗아가는 건, 내가 금욕가도 아니고 심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에 아침, 점심은 가볍게 먹고, 저녁은 일반식을 먹는다.
아침은 사과 반쪽, 방울토마토 10알, 소고기 세 손가락 양만큼.
아침에 사과를 먹는 건 변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방울토마토는 칼륨 섭취를 늘리기 위해서다. 신장 수치가 나빠지면 칼륨 섭취에 제한을 둬야 하지만 신장 수치가 정상일 때 다낭신 환자는 칼륨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게 물혹 성장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소고기는 빈혈 때문에 아침, 저녁마다 먹는다.
몇 년전부터 빈혈 진단을 받았는데 철분제를 먹으면 변비가 심해져서 기어코 안 먹다가 체력이 점점 약해져서 결국 올해 초부터 액상 철분제를 먹기 시작했다. 먹어도 빈혈 수치가 개선되지 않아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소고기를 먹어보기로 했다.
점심은 고구마 반 개에 견과류 한줌.
고구마는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탄수화물이라 변비에 도움이 된다. 견과류 역시 변비에 도움이 되고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이 확실히 있기 때문에 꼭꼭 먹는다. 낮 동안은 배가 좀 고픈 상태로 지내는 편이다. 아침, 점심 식사를 이렇게 금욕적으로 먹는 이유는 저녁에 먹고 싶은 것을 먹기 위함이다.
지난 일주일동안 저녁식사 목록은 다음과 같다.
화요일 : 고로케
집에 오는 길에 꽈배기집이 있다. 거기서 감자 고로케와 단호박 고로케를 사서 먹었다. 짜지 않게 만드는 집이라 자주 애용한다.
수요일 : 만둣국
최근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다시 보고 있는데 거기서 강하늘이 만둣국을 맛있게 먹어서 나도 먹고 싶었다. 국물은 먹지 않고 건더기 위주로 먹었다.
목요일 : 치킨 3조각
남편이 전날 치킨을 시켜먹고 남아서 저거 놔두면 음식물 쓰레긴데 싶어서 먹었다. 좀 짜고 매워서 물을 엄청 많이 마셨다.
금요일 : 그래놀라+우유
집에 사둔 우유가 상할까봐 걱정이 되서 그래놀라를 사와서 먹었다. 우유는 다 먹었는데 그래놀라가 남아서 아무래도 우유를 사야겠다. 곤란한 사이클에 들어가게 됐다.(우유 있음, 그래놀라 없음→그래놀라 구입→우유 없음, 그래놀라 있음→우유 구입→우유 있음, 그래놀라 없음→ …… 무한반복)
토요일 : 양념갈비, 카야잼토스트
남편은 양념갈비를 먹고 싶어하고 나는 카야잼토스트가 먹고 싶어서 둘 다 먹었다. 배가 많이는 아니고 조금 아팠다.
일요일 : 팥죽
월경을 시작해서 팥죽을 시켜먹었다. 월경기간에는 팥죽을 시켜먹는다.
월요일 : 푸팟퐁커리, 그래놀라+우유
월경통으로 죽다 살아나니 보상작용으로 맛있는 걸 배불리 먹고 싶었다. 레토르트 푸팟퐁커리에 밥을 맛있게 비벼먹고 그래놀라에 우유까지! 밤에는 배가 부르고 등이 아파서 잠을 설쳤다. 후회했다.
화요일 : 양배추볶음
양배추를 잘게 썰어서 후라이팬에 계란과 함께 볶아서 먹는다.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을 때는 저녁을 이렇게 챙겨 먹는다.
저녁 식단만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아침·점심을 건강식으로 먹었으니 몸이, 신장이, 자궁이 너그러이 봐줬으면 좋겠다. 먹고 싶은 게 많은 네가 참는다고 얼마나 고생이 많냐고 좀 이해해주고 신장의 물혹도, 자궁벽도 사이즈를 키우는 걸 조금만 참아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