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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희 Nov 06. 2021

방광염이 들이닥쳤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일이 한창 힘들 때는 방광염을 달고 살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방광염에 걸려서 항생제를 복용하고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심해져서 신우신염까지 앓았다. 다낭신 환자들은 요로감염에 잘 걸리기 때문에 몸관리를 더 신경써야 하는데 젊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30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매일 스쿼트를 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일이 편한 직장으로 옮기면서 한동안 방광염에 걸리지 않았다. 천만다행이었다. 

 그런데 이틀 전! 자다 깼다. 방광염 초기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아랫배가 간질간질해서 잠이 들 수 없었다! 큰일이다. 우선 물을 계속 마시고 온수매트 온도를 올려서 몸을 뜨끈뜨끈하게 만들었다. 1시에 잠에서 깼는데 4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물을 계속 마시고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뭐가 문제였을까 계속 그날 하루를 되새겼다. 

 아침은 평소 먹던 대로 사과, 방울 토마토, 소고기를 먹고 출근했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쉬고, 일을 하다가 오후 두시쯤! 그래, 오후 두 시쯤 화장실에서 소변이 잘 안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을 줘도 소변이 잘 안 나왔다. 갑자기 너무 졸리면서 피곤해졌는데 좀 쉬면 괜찮아지겠거니, 했다. 그리고 집에 버스를 타고 돌아와서 강아지 산책을 쉴까 했지만, 아이 눈을 보니 차마 안 할 수가 없어서 산책을 힘들게 하고, 집에 들어와 밥을 먹었다. 양배추를 썰어서 볶아 먹을까 했지만 양배추를 썰 힘이 없어서 햇반 데워서 카레에 비벼 먹었다. 카레가 좀 짰다. 11시쯤 씻고 잠에 들었는데 두 시간만에 잠에서 깼다. 

 여러분들은 이 하루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가? 무리를 했나? 몸에 나쁜 걸 먹었나? 오늘 하루가 과연 방광염에 걸릴 만한 하루였나? 아닌데, 아닌 것 같은데 서럽기만 하다. 매번 아플 때마다 뭘 잘못해서 아플까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고, 내 탓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또다시 아프면 뭘 잘못했는지 자책한다. 조심한다고 하는데, 계속 여기저기가 아프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증은 심해지고 아픈 것에도 지친다. 우울감이 덮친다. 


 그 다음날 연차를 내고 쉬었다. 예비로 남겨둔 연차였는데. BTS LA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해주는 날을 위해서 아껴둔 건데.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포기하고, 해야 하는 것들이 계속 늘어간다. 내 삶은 아주 간소한 편이지만 더 간소하게 바꾸게 된다. 몇 가지에 쓰던 시간을 빼서 쉬는 시간이나 운동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테면 독서 같은 거, 자기계발 같은 거, 덕질 같은 거. 나는 왜 나날이 허물어져 가는 나를 보며 계속 살아야 하나, 의문이 든다.  


 우울해지지 말자! 우울에 빠지지마! 왜 사느냐고 생각하지 마! 그 질문으로 들어가지 마! 한 발짝, 한 발짝 그 쪽으로 딛다보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나를 즐겁게 만드는 것,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자! 


 * 하루 더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 2주동안 달달한 빵류를 3번 먹었는데 이게 문제였던 거 같다. 빵(밀가루+유제품+설탕)이 자궁을 화나게 해서 자궁이 앞자리에 있는 방광을 괴롭힌 거 같다. 아랫배가 뻐근한 것이 내 추론이 맞을 거 같다.(전문성이라곤 1도 없는 허구임) 빵은 한 달에 한 번만 먹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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