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살아가는데 몸이 아픈 날이 늘어간다. 계속 아플수는 없으니 몸을 상대로 실험을 해본다. 어딘가 아팠던 날, 그날 했던 행동들 중 가장 통증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것 하나를 다음 날에는 안 해본다. 안 했을 때 통증이 없고, 그 다음 날, 한번 해본다. 했을 때 통증이 있으면, 찾았다! 이게 통증의 원인인 거다.
이렇게 하나하나 통증의 원인이 되는 것들을 생활에서 빼간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점점 늘어간다.
1. 허리가 딱 맞는 옷, 벨트를 착용하지 않는다.
20대에는 허리가 잘록한 옷만 입었다. 키가 150cm이다보니 허리선을 잡아줘야 그나마 키가 커보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30대가 되고, 신장이 뱃속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커지면서 배를 누르거나 허리를 조이는 옷을 다만 몇 시간이라도 입으면 이후에 배가 아프다.
처음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복통이라 무서웠다. 몇 번 반복되고서야 허리를 조여서임을 알았다. 그 이후로는 복강에 압박이 갈 만한 옷은 입지 않는다. 브래지어는 헐렁한 브라렛으로 바꿨다. 스판끼가 있는 상의는 전부 버렸다. 벨트가 달린 옷은 벨트 앞을 여미지 않고 뒤로 묶는다. 레깅스는 임산부 레깅스를 입는다. 바지는 거의 입지 않는다.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허리 부분에 압박감이 느껴진다. 주로 벙벙한 원피스에 레깅스를 입는다.
가끔 남편이 아주 조그마하니 땅바닥에 붙은 것 같다고 놀리기도 한다. 뭐 어떠냐. 내가 옷을 안 입은 것도 아니고. 한복을 입으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아직은 남편이 말려서 못 입고 있다. 내가 할머니 나이가 되고, 남편이 할아버지 나이가 되면 꼬드겨서 함께 한복을 입고 살아야겠다. 1년 365일 한복 입고 사는 부부로 유튜브도 찍어야지.
2. 퉁, 퉁, 퉁 몸을 울리는 마사지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전에 안마 의자에 몸을 맡긴 적이 있다. 위에서 아래까지 꾹꾹 눌러준 이후에 주먹으로 치듯이 등을 퉁, 퉁, 퉁 쳐주는 기계였는데 희한하게 그 안마 의자를 사용한 다음날에는 항상 몸살이 났다. 처음에는 이것도 연관성을 찾지 못해서 헤매다가 몇 번 반복되고서야 알았다.
마사지 기계뿐 아니라 몸이 울려서 복강 속 내장 기관이 떨릴 정도면 여파를 주는 거 같다. 자동차를 타고 요철이 심한 도로를 달린다든지, 장기간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든지, 달리기를 오래 한다든지. 해본 적은 없지만 트램펄린을 타도 같은 증상이 있을 거 같다. 트램펄린 재밌는데. 나이 들어도 트램펄린은 타보고 싶은데.
3.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사는 사람이 있냐고, 스트레스를 어떻게 안 받으며 살 수 있냐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실 거다. 맞다, 나도 사실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면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빈도도 낮고 강도도 세지 않다.
엄마는 다낭신 진단을 받고 신장수치가 좋지 않으니 관리를 잘 하라는 의사 말에 저염식을 시작하고 과로도 하지 않았다. 적절히 잘 관리를 하는 듯 싶더니 아버지랑 크게 싸운 후에 바로 투석을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다. 아, 콩팥에는 스트레스가 독약이구나. 스트레스 받아봤자 내 손해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불필요한 인간관계가 없다. 친구도 많지 않고, 직장 동료들과도 썩 친하지 않다.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만나서 감정소모가 별로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풀려고 노력한다. 자거나, BTS 영상을 보거나,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재밌는 드라마를 보거나.
사실은 오늘 아침에 남편의 말에 화가 났다.(남편은 내가 화가 난 걸 모를 것이다) 화가 나서 혼자 구시렁거리는 상태가 2시간이 넘어가니 등허리가 묵직해지면서 피곤할 때처럼 증상이 나타난다.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는데, 콩팥이 귀신같이 아는데. 이너 피스~ 이너 피스~ 좀 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