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염이 들이닥쳤다

by 옥상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일이 한창 힘들 때는 방광염을 달고 살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방광염에 걸려서 항생제를 복용하고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심해져서 신우신염까지 앓았다. 다낭신 환자들은 요로감염에 잘 걸리기 때문에 몸관리를 더 신경써야 하는데 젊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30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매일 스쿼트를 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일이 편한 직장으로 옮기면서 한동안 방광염에 걸리지 않았다. 천만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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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틀 전! 자다 깼다. 방광염 초기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아랫배가 간질간질해서 잠이 들 수 없었다! 큰일이다. 우선 물을 계속 마시고 온수매트 온도를 올려서 몸을 뜨끈뜨끈하게 만들었다. 1시에 잠에서 깼는데 4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물을 계속 마시고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뭐가 문제였을까 계속 그날 하루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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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평소 먹던 대로 사과, 방울 토마토, 소고기를 먹고 출근했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쉬고, 일을 하다가 오후 두시쯤! 그래, 오후 두 시쯤 화장실에서 소변이 잘 안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을 줘도 소변이 잘 안 나왔다. 갑자기 너무 졸리면서 피곤해졌는데 좀 쉬면 괜찮아지겠거니, 했다. 그리고 집에 버스를 타고 돌아와서 강아지 산책을 쉴까 했지만, 아이 눈을 보니 차마 안 할 수가 없어서 산책을 힘들게 하고, 집에 들어와 밥을 먹었다. 양배추를 썰어서 볶아 먹을까 했지만 양배추를 썰 힘이 없어서 햇반 데워서 카레에 비벼 먹었다. 카레가 좀 짰다. 11시쯤 씻고 잠에 들었는데 두 시간만에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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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이 하루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가? 무리를 했나? 몸에 나쁜 걸 먹었나? 오늘 하루가 과연 방광염에 걸릴 만한 하루였나? 아닌데, 아닌 것 같은데 서럽기만 하다. 매번 아플 때마다 뭘 잘못해서 아플까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고, 내 탓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또다시 아프면 뭘 잘못했는지 자책한다. 조심한다고 하는데, 계속 여기저기가 아프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증은 심해지고 아픈 것에도 지친다. 우울감이 덮친다.


그 다음날 연차를 내고 쉬었다. 예비로 남겨둔 연차였는데. BTS LA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해주는 날을 위해서 아껴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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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포기하고, 해야 하는 것들이 계속 늘어간다. 내 삶은 아주 간소한 편이지만 더 간소하게 바꾸게 된다. 몇 가지에 쓰던 시간을 빼서 쉬는 시간이나 운동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테면 독서 같은 거, 자기계발 같은 거, 덕질 같은 거. 나는 왜 나날이 허물어져 가는 나를 보며 계속 살아야 하나, 의문이 든다.


우울해지지 말자! 우울에 빠지지마! 왜 사느냐고 생각하지 마! 그 질문으로 들어가지 마! 한 발짝, 한 발짝 그 쪽으로 딛다보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나를 즐겁게 만드는 것,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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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더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 2주동안 달달한 빵류를 3번 먹었는데 이게 문제였던 거 같다. 빵(밀가루+유제품+설탕)이 자궁을 화나게 해서 자궁이 앞자리에 있는 방광을 괴롭힌 거 같다. 아랫배가 뻐근한 것이 내 추론이 맞을 거 같다.(전문성이라곤 1도 없는 허구임) 빵은 한 달에 한 번만 먹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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