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키 150cm, 50kg, 만 36세 여성이다. 키가 좀 작긴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그리 특이한 구석은 없다. 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일반 사람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보통 성인의 콩팥 크기는 10cm 정도인데, 내 콩팥은 14cm 정도이고, 정상 콩팥에는 없는 물혹들이 포도송이처럼 올망졸망 달려있다. 시간이 갈수록 물혹은 점점 더 커지고 따라서 콩팥도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연유는 다낭성 신장 증후군(PKD)이라는 질병 때문이다. 신장에 물혹이 여러 개 생겨서 정상 조직들을 밀면서 괴롭히다가 결국 정상 조직들이 고장나 신장 기능이 떨어져 투석하게 되거나, 신장암으로 발전하기도 하는 질환이다. 보통은 선천적으로 유전되어 발병하지만 돌연변이가 일어나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나는 모계 유전이다.
내가 30대 후반, 어찌 보면 이른 나이에 다낭신에 시달릴만큼 인생을 막 살았냐하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학령기에는 밖에서 뛰노는 것보다 책읽는 것을 좋아해서 운동을 등한시했다. 그 덕분에 나는 놀라운 정도로 골격근이 적다. -하지만 모른다, 애초에 근육이 적게 생기는 체형일지도?-
10대 때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다. 라면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꼭 먹었고 엄마가 만들어준 짜디짠 김치볶음밥이 맛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두그릇, 세 그릇도 먹었다. 대학생 때는 술도 마셨다. 마시기 싫은 날에는 다낭신 핑계 대며 술을 권하는 상대에게 고개를 저었지만 서글픈 날에는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신 적도 있다. 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퇴근하고 매운 떡볶이에 치즈를 올려서 먹거나 짜파게티에 맥주를 함께 마셨다. 서른이 되기 전까진. 아, 참 행복한 날들이었어.
서른 이후로는 채식 위주의 생활, 싱거운 음식 섭취, 남들이 보면 비웃을 수준의 운동을 했다. -실제로 가족들은 내 운동량을 보면 웃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몸관리에 소홀해지면 몸이 붓고 복통, 요통 때문에 고생하기 때문이다. 어쩌다보니 아픈 몸이 되어버렸다. ...... 뭐, 나만 그런가?
세상에는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다. 어떤 시각에서 보면 모든 사람들이 아플지도 모른다. 가끔은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도 아플텐데 그들은 어떻게 꾹 참고 출근을 하는지, 징징대지 않는지, 걸어가다가 북받쳐서 울음을 터뜨리지 않는지. 사람들이 병가를 마구마구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징징대고, 길 가다가도 땅바닥에 아이처럼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모두 알 테니까. 우리 모두 어딘가 아프다는 걸. 금이 간 예쁜 유리 그릇처럼 조심스레 다뤄줘야 한다는 걸.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아픔을 티내지 않는 단단함, 우직함이. 나는 약해 빠져서 그런 게 없다. 나는 온 세상에 외치고 싶다.
“나는 여기가 아프고요, 여기가 아파요. 어떨 때 아프고요, 어떨 때 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