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혁 Oct 06. 2023

코알라 예찬 - 죽음

느리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잠언시

죽음               




죽음은 본디

완벽한 수탈이라서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 소용이 없지요.     


죽음은 또한   

완벽한 유린이어서

그 어떤 명예나 권력도

전혀 소용이 없지요.       


오직 착한 마음씨와

허공에 아로새긴 기도와

불우한 사람들에게 베푼

따뜻한 사랑만 조금 통할 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가 돼서야 비로소

가슴을 치며 후회를 하지만

비상 활주로는 없지요     


(누구나 한번 왔다 가는 길인데, 왜 그리

서로 잘났다 못났다 하면서 요란떠는지요)


인간들은 죽지 못해 살거나

살기 위해 죽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코알라는 늘 무사태평해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살아서나 죽어서나

무위(無爲)의 즐거움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각자 주어진 운명을

곰실곰실 건너갈 뿐이니까요.     


(살 때도 열심히 게으르게 살고

죽을 때도 열심히 게으르게 죽죠)     

이전 19화 코알라 예찬 - 변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