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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주의적 공동체 선언

보르헤스 <픽션들> 모임 모집

by 밸런스

어떤 예술을 하든, 그 안에는 결핍이 있다. 완전한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 앞에서 절망하는 인간만이 예술을 한다. 예술가는 절망을 먹고 자라지만, 그들은 이상을 놓지 않는다. 그곳에 이르는 길을 찾거나, 그곳에 가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다. 아름답거나 추한 곳에서 그들은 미를 찾는다.


나는 예술가들이 하는 일은, 이상적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찾은 미는 쉽지 않다. 그들이 꿈꿨던 이상은,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그러니 우리는 때때로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들의 작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또 누군가는 그들의 작품을 잡고, 집요하게 늘어진다.


난 이런 사람들을 볼 때 희열을 느낀다. 그들과 예술가 사이에는 작품이 놓여 있다. 작품, 그뿐이다. 작품을 두고 하는 관객과 예술가의 대화, 우리는 이것을 감상이라 부른다. 감상할 때 우린 이 작품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기다리고, 상상한다.


저 환한 밤은 무엇일까? 저 사람은 어디를 가는 걸까? 저 사람은 왜 뼈만 남은 거지? 우리는 질문하고, 답이 없는 상상을 한다. 저 붉은색은 엄마를 죽인 왕의 피가 되었다가, 왕이 죽인 엄마의 피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계속 바뀌고, 계속 끼워 맞춘다. 할 수 있는 데까지 간다. 상상하라. 그러면 나만의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느 새부터인가 상상하지 않는다. 구글은 정답의 창구가 되었다. 어디를 가나, 자신이 아는 정보만을 이야기한다. 고흐의 생애가 어떻고, 고갱이 어떻고, 피카소가 어떻고. 사실 우리는 그들의 그림 한편을 30분도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상상한다는 것은, 자꾸 보는 것이고, 오래 보는 일이다. 상상에도 맥락이 존재하고, 그 흐름을 찾으려면 오래 보아야 한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그렇게 오래 본 적이 있을까? 내가 꿈꾸는 공동체는 똑똑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오래 보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한번 보고 오래 생각하고, 계속 보는 사람들. 난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보르헤스 <픽션들>로, 단편 5개씩 4주 모임

매주 수요일 7시~10시

시작은 9월 24일부터 해보려고!

(모집은 9월 17일까지!)

진행은 단편 읽고 간단한 후기 혹은 질문을 채팅방에 공유,

1주일에 한번 수요일에 온라인 모임 있음


책이 두껍진 않지만, 난이도는 있음! 성실히 함께 깊게 읽으실 분 모집합니다!! 오픈 프로필에서 신청가능합니다!!


https://open.kakao.com/o/s2zqe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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