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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님에미 Aug 11. 2020

그림책에서 만난 고수 엄마

아이의 눈높이로 말하는 법





맘카페에서 가끔 ‘당신이 아이 키우면서 한 일 중에 제일 쓸데없던 일은 뭔가요?’ 이런 얘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게, 입학한다고 비싼 책상세트 사준 것과(어차피 아이는 식탁에서 숙제하는데!) 아이에게 비싼 옷 사 입힌 것이랍니다.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엄마 옷이나 살걸, 왜 한 철 입고 마는 아이 옷에 투자했는지 후회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비싼 옷이라 입힐 때는 아이에게 조심하라 잔소리를 해야 했고, 나중엔 동서네 물려줬다가 고맙다는 인사도 변변히 못 받고 마음 상하기 일쑤였는 데 말이죠.





한 달도 채 못 입는 배냇저고리를 최고급으로 고르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유기농 면제품을 비롯해 각종 육아템을 찾아 밤을 새운 것도 후회 리스트에 꼭 나온답니다.


뭐, 괜찮습니다. 내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던 어린 엄마는 옷을 고르며 행복했으니까, 그걸로 충분해요. 하지만 더 해주고 싶어도 부모가 물질로 뭔가를 해줄 수 있는 한계는 금방 옵니다. 부모가 최고의 것을 줄 능력도 없고, 줄 능력이 있다 해도 그 능력이 아이를 망치기도 하니까요.




무엇보다도 부모가 생각하는 최고의 것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야 할 아이에게도 최고일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내 맘대로 잘해주는 건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물질적으로 잘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아이와 대화를 잘하는 것이랍니다. 저는 때로, 아니 자주, 그림책에서 육아를 배웁니다. 특히 아이의 눈높이로 말하는 법은 대부분 그림책에서 배웠답니다. 아이와 대화할 때는 논리보다 상상, 상상보다 유머, 그러면서도 나름의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림책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알았을까요.


유머와 논리만 필요한 게 아니랍니다. 『엄마소리가 말했어』(오승한 글, 이은이 그림/바람의아이들), 이 책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이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전하는 것은 ‘내용’이 아니라 부모의 가치관과 존재 그 자체인 것을 새삼 깨달았거든요. 이 책은 기역 페이지엔 기역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니은 페이지엔 니은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나옵니다.




기역이 말합니다.



난 내가 싫어.
기역이 들어간 말 중에는 좋은 말이 없어.
가난해. 괴로워. 거짓말. 그저 그래.



“엄마, 난 내가 싫어. 난... 그저 그래.”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면, 엄마는 뭐라고 대답해주어야 할까요? 기역이네 엄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기역아. 그렇지 않아.
기역이 있어야
길이 있고, 걸을 수 있고, 같이 갈 수 있지.
기다릴 줄 아는 기역이가 고마워. 감사해.



엄마의 말이 아이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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