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것의 힘
그림책은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습니다. 부부라도 서로 즐기는 취미가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럼 뭐라도 공감대가 있으면 좋은데, 그림책은 일단 함께 나누는 데 드는 시간이 매우 짧거든요. 하염없이 며칠에 걸쳐 읽을 수도 있지만, 후딱 읽으면 몇 분 걸리지도 않습니다. 어렵지도 않고, 눈은 즐겁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이야기를 나누기에 이만 한 게 없지요.
저는 태교를 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남편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 집을 지어요』(조너선 빈 글, 그림/주니어김영사)입니다. 이 책은 감히 제가 ‘최고의 육아서’라고 꼽는 책이랍니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한 가족이 1년 동안 직접 자기네가 살 집을 짓는 이야기입니다. 직접 설계하고, 땅을 파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작은 집을 짓습니다. 그동안 가족은 캠핑 트레일러에서 살아요. 별 사건이나 위기도 없습니다. 엄마 아빠가 집을 짓는 동안 공사장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부모님을 돕기도 합니다. 어른이 가족의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어린이집, 키즈카페에 ‘격리’되지 않고 가족 옆에 있습니다. 심지어 엄마는 그 사이에 임신을 하고, 동생을 낳네요.(캠핑 트레일러에 살면서!) 상황 때문에 가족의 일정이 미뤄지지 않습니다. 함께 있고, 함께 살아갑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담입니다. 책 마지막 부분을 보면 그림책의 장면들과 똑같은 어린 시절 사진들이 있거든요. 조너선 빈 작가는 이후 이 집에서 다섯 남매가 공부하고 살았던 후속 이야기를 씁니다. 이때 가족이 함께했던 시간들은 이후 작가의 영감을 자극하고, 일생을 버텨나갈 힘이 되어줍니다.
특별한 배움이 있지 않았지만 가장 특별한 것을 배운 시간. 부모님은 선생님이 아니었지만 모든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당신들의 삶을 통해. 그리고 나눠준 사랑을 통해. 아이를 교육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읽었더라면, 제가 아이를 낳고 느꼈던 부담감과 좌절감, 남편에 대한 기대와 원망, 미래에 대한 불안, 삶에 대한 답답함 같은 것들이 훨씬 더 줄어들었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멋진 자동차가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걸, 아이를 키우는 데 물론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그때의 저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저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우린 좋은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자신 있게 행복해지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