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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님에미 Aug 11. 2020

특별하고도 평범한 인생이 주는 위로

오늘을 버티는 게 힘든 그런 날





왜 그런 날 있잖아요. 뱃속 아기가 걱정되긴 하지만, 나 자신이 더 걱정되는 그런 날. 태교 따위 나 몰라라 당장 오늘을 버티는 게 힘들기만 한 어느 날,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깎은 손톱』(정미진 글, 김금복 그림/엣눈북스)입니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앞면지엔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연립주택이 보입니다. 층층이 창살 모양이 다른 걸 보니 건축 디자인에 신경을 쓴 집은 아닌가 봐요. 이 연립엔 노부부와 첫사랑에 빠진 소녀, 아기 엄마가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손톱을 깎는 순간들이 그림책 내내 나옵니다.





이제는 떠나보내야 하는 늙은 남편의 손톱을 깎아주는 아내의 마음은 어떨까요.



늙은 아내와 늙은 남편이 포개어 잡은 두 손,
그 사이에는 결코 늙지 않은 시간들이 담겨 있습니다.



또각또각. 뱃속에서부터 아기가 제법 자랄 때까지 작고 귀여운 손톱을 깎는 엄마도 나옵니다.



떡고물마냥 자라난 아기의 손톱이
엄마는 기특하기만 하지요.



첫사랑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봉숭아물을 들인 소녀는 손톱을 깎을 때마다 마음이 떨리겠지요. 그런데 첫사랑의 설렘과 이별에 따라 손톱을 물어뜯는 소녀는, 손톱을 깎을 틈이 없네요.


손톱 하나만 봐도 이렇게 깎는 상황도 사람도 다르지만, 저마다 사랑의 사연이 담겨 있는 것은 똑같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사람 사는 것이 다 똑같고, 다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사는 게 수월하기만 한 순간도, 힘들기만 한 순간도 없습니다. 이 모두가 인생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걱정이 좀 덜해집니다. 누가 누굴 책임져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최선을 다해 사랑할 뿐이라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깨닫게 된답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마지막 면지를 보면, 앞 면지에서 보았던 층층이 창살이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작은 손톱달이 뜬 푸르스름한 밤하늘 아래, 층층이 모양이 다른 창살이 “우리 인생살이가 저마다 다르고, 저마다 아름답다”는 말을 하는 것이 들리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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