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답이 궁금하다. 나는 영월군에서 지원해서 발간한 청춘 유리님과 이슬아 님의 한 달 살기 책을 읽었기에 제일 먼저 생각이 든 것은 깊은 산속 한옥이나 초가집 숙소였다.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유행이기도 하고, 우리는 모두 도시를 벗어나 밭과 산만 보이는 곳에서 시골살이를 해보기를 한 번쯤 꿈꾼다. 그런데 당신이 놓치는 점이 있다. 바로 그들의 한 달 체험기가 다 날씨가 제법 따뜻했던 늦봄-여름-초가을 중심이었다는 점이다.
느닷없는 가을의 한파주의보 뉴스를 보면서 나는 마음을 바꾸었다. 깊은 산속으로 숨어드는 것은 툇마루에 앉아서 멍 때리기 좋은 계절로 양보해야지, 대신 이번에는 군내의 최대한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경험해봐야지!싶었다.
나는 팜플랫에 나와 있는 대표 숙소들을 둘러보았다. 우선 영월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시스타 리조트를 일박하고, 특색 있는 숙소를 생각하다가 석향 역의 기차 안에서 숙박하는 곳을 하루 골랐다. 그리고 부러 유명하지 않은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작은 강가의 펜션도 골랐다. 아무 정보도 보지 않고 길가의 한 펜션 정도는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주천면에서는 예쁜 한옥 정원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을 고르고, 마지막으로는 여행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스파가 있는 숙소를 골랐다. 무지개같은 숙박 라인업, 완성!!
동강 시스타에서 탑스텐 시스타 리조트로 이름을 바꾼 시스타 리조트는 내가 예전에 생애 처음 영월에 왔을 때 묶은 곳이기도 했다. 관광 지도에 표시 될 만큼 큰 규모를 가지고 있고, 리조트로 들어가는 구불구불한 길의 풍광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동강과 절벽과 등성 듬성 자리한 시골의 펜션들이 내어주는 한적함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리조트 부지에 들어서면 동화마을 같은 아름다운 모양의 건축물들이 있다. 이제는 객실 내부는 조금 노후화되었지만, 그래도 스파와 골프장도 갖춘 규모에, 시내에서도 멀지 않기 때문에 영월 하면 제일 처음 생각나는 숙소일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스파가 운영을 멈추었지만 나는 이 곳의 스파를 참 좋아했었다. 가본 중에 가장 사람이 없어서 느긋히 즐길 수 있는 느낌이었다. 또 내가 시스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시스타 뒤편 동강을 끼고 잇는 널따란 정원이다. 강 앞으로 사계절 다른 나무와 꽃의 어우러짐이 펼쳐지고, 축구를 할 수 있는 골대와 잔디, 그리고 나무 사이에 누워 쉴 수 있는 해먹도 있다. 10월에는 붉은 메밀꽃밭도 건너편으로 잘 보이는 명당이다.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마구 사진을 찍어서 지친 나는 해먹에 누워 책을 읽고, 나무에 등을 기대고 흐르는 물을 바라봤다. 이번에 갔을 때는 한참 밭을 바꾸는 작업 중이었는데, 그래서 작업자 분들께 뿌리채로 한 가득 라벤더 꽃도 한 박스 선물 받았다. 여행에서의 소소한 행운은 그 지역을 사랑하게 만들고, 다시 그 곳을 가게 만든다. 이번에도 이 라벤더 꽃 덕분에 집에서도 내내 영월의 리조트를 떠올리다가 다시 방문할 것만 같다. 동강의 향을 머금은 라벤더의 보라 꽃잎이 서울의 내 베란다에서도 춤을 추겠지.
저 숙소들 중 커플에게 추천하고 싶은 숙소는 스파 숙소인 아틀란티스 펜션이다. 한반도 지형을 구경하고 15분쯤 들어가면, 강가의 언덕 위로 수영장을 머금은 펜션이 있다. 언덕 배기라서 차로 올라갈 때는 조금 무섭지만, 올라가고 나면 불평이 쏙 들어간다. 강이랑 산이 한눈에 보여서 마음이 탁 트인다. 묵었던 숙소 중 유일하게 공짜 조식이 제공되는 곳이기도 했다. 언뜻 보기에 무뚝뚝하고 필요한 말만 하시는 듯 했던 츤데레 사장님이 계시는데, 필요한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하면 엄청 빠르게 달려오셔서 다정히 도와주시고, 스파 숙소가 청소가 어려운 일일텐데도 갈 때마다 청소도 완벽했다. 빵과 계란, 커피와 주스로 구성된 조식의 구성만 봐도 사장님의 정과 센스를 느낄 수가 있었다. 방마다 다른 콘셉트인 것도 이곳을 찾는 재미 중의 하나인데 사실 나는 여러가지 방에서 자보고 싶어서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제트 스파가 있는 방도 있고 고기를 굽다 바로 들어갈 수 있게 전기그릴과 작은 스파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방도 있다.
강이 보이는 공용 야외 공간이 너무나도 좋아서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강을 앞에 두고 매트를 깔고 요가를 했다. 강을 보면서 요가를 하고 스파에 들어가서 몸을 풀면, 내가 영월의 신선이 된 것만 같았다.
기차 숙소에서는 창 밖으로 움직이는 기차 소리를 들으며 열차 칸 안에서 열차 커튼을 보며 잠을 청했다. 참 신기한 경험이라 계속 웃음이 나왔다.
지나가다 들른 작은 펜션에서는 시골 할아버지의 정과 알록달록한 꽃무늬 이불과 뜨끈한 온돌방을 만날 수 있었다. 한옥 숙소에서는 기와지붕과 나란히 놓인 장독대의 풍경에 사진을 백장 정도 찍은 것만 같다. 그 곳에서 만난 닭과 고양이와 곤충들도 잊을 수가 없다.
짧은 머뭄이었기에 더 가보고 싶은 곳들이 많았는데 아쉬웠다. 숙소 투어만 해도 일주일은 턱없이 모자라고 모자라다. 다음에는 따뜻한 계절에 글램핑장이나 초가집에서도 1박을 해보고 싶고, 일년치 예약이 다 차 있는 북 스테이에서도 1박을 해보고 싶다. TV도 없는 친환경 에코 콘셉트의 유스호스텔에서도 하루 잠을 청해보고 싶고, 별 투어를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자보고 싶다.
그만큼 영월에는 은근히 다양한 숙소가 있다. 밤이면 여기저기서 빛을 내는 별들처럼, 영월의 숙소들이 영월 전역에서 빛나고 있다. 또다시 영월에 갈 일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