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므두고개의 역설】
산사에 접어들면, 고풍스러운 기와에서 풍기는 중후한 엄숙함과 함께, 청아한 목탁소리와 연륜으로 호소력 높으신 스님의 게송에 꽉 막혔던 도심 속 가슴을 먹먹하게 울린다.
송광사에는 기와 파편에 더하여 많은 도자기 파편 더미가 산재하여 묻혀있다. 시절의 기구함과 아픔은 과거의 지혜의 잔상으로 와 닿는다. 능견난사는 현대적 감각으로 그릇을 이어놓는다.
고려청자는 아픔과 시련 속에도 한국답다는 가치관과 지혜를 품었다.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은 비색은 코발트빛이 쫓지 못 한 우리 강•산•들•하늘•바다를 고스란히 머금은 채 세월과 역사의 경향을 초월하였다.
흔히들 도자기는 퇴토로 빚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역사에 묻혀 숨 쉬었다. 금은 탄소를 함유한 석영질 암석에 맺혀있고, 금과 같이 고운 콩고물 흙(고령토)은 석영질 근처에 자리 잡는다. 이는 풍수의 비기이기도 하여 쉬 말할 수 없지만, 원심분리기가 지구의 자전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말문을 잇는다.
명당토라고 하는 고령토는 희토류이기도 하고, 금과 같은 치유와 제독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비석비토인 명당토를 잘 빻아 곱게 내어 도자기를 빚고, 산천과 바다의 식생을 태워 재를 만들고, 이를 가지고 잿물을 도포한다. 잘 만들어진 자기에 다시 식생의 즙을 덧칠하고 다시금 잿물로 도포하기를 반복한다. 정확 지는 않지만, 질소와 풀즙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1000℃이상의 고온에서도 자연의 빛을 잃지 않고 천연의 자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하늘색 고려청자는 물비늘인 윤슬(청금)을 도포하여 피워낸 과학의 정수기도 하다.
소금을 함유한 해조류는 질소로 배합되어 막을 형성하고, 염소의 폐해에도 질소가 파괴되지 않는다. 죽염의 영감은 1000년의 혜안을 은은한 정감으로 전했다. 유리질이 없어도 잘 깨지지도, 흠이 나지도 않는 내구력의 우수성과 가벼운 휴대성은 타 도자기의 단점을 극복하였다. 정수의 멋을 품은 자기는 목탁의 청아한 울림을 단아하고 고풍스러우면서도 미래를 여는 혜안과 지혜로 간직하였다.
도공의 유전자는 백제의 반남고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주 반남은 도자기 장인의 슬기와 손길, 정신이 깃들어 숨 쉰다. 백제의 난민은 중국의 도자기 문화를 피웠고, 고려의 청자를 낳았다. 유전적으로 섬세한 손길과 핏줄의 혼과 백은 흙을 다루는데, 천재적이었고, 아름다운 우리 자연을 오롯이 담아내었다. 그들의 손에는 도자기의 기와 신이 흐르며 전수되고 있다.
백제의 잔잔한 마음은 시절의 혜안과 함께 내게 이르렀고, 발길의 정겨움은 지혜를 전수하는 미덕으로 사명과 소신의 글을 이루어 민족의 자부심으로 거듭난다. 저마다의 한국 고유성씨는 독특한 맛을 지닌 민족의 구성원이었고, 자긍심의 원동력으로써 미래 번영의 길로 인도한다. 겸허하고 감탄으로 배어난, 조상분들에 대한 존경심은 슬기의 밑거름 이리라... 목탁소리는 도자기에 깃들어 다시금 민족과 호흡한다.
스므두고개의 얘기에는 반남의 얼과 혼을 담았다. 22 숫자의 불길한 의미는 이이의 십만양병설에 빗대어 유비무환의 정신을 여리박빙의 태도로 함양하는 기회를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