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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찬우 Sep 26. 2024

프로파간다

 민감했던 내가 옳았던 걸까. 폭동은 점점 확대되고 있었다. 폭동 3일 차 7구에서도 대규모 폭동이 발생하였고, 5일 차 전국 거점 도시들까지 확대되었다. 뉴스에서는 쉬지 않고 전국의 폭동상황을 중계하고 있었다. 드론으로 촬영된 폭도들의 얼굴이 실시간 공개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 같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공포스러웠다. 네오KKK가 저렇게 많았던가? 그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고 행동하는 걸까? 그리고 무엇을 위한 폭동인지 알 수 없었다.


 네오KKK도 2개 파가 있다. 알터 자체를 부정하는 강건파와 돈이 많은 소수의 사람만이 알터를 구매할 수 있는 현실을 부정하는 부류이다. 지금의 폭동은 알터가 운영하는 사업장과 기업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되고 있으니 강건파의 소행인 것은 분명하였다.


 언론은 ‘네오KKK는 누구인가’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라고 초빙된 경찰 측 간부 또한 뭘 알까 싶긴 했지만 화려한 언변과 확신에 찬 눈빛은 그의 말이 옳아야 할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그리고 네오KKK의 프레임은 단순한 ‘범죄자’에서 ‘필수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장외인’으로 선전되고 있었다.


    ‘아직도 저런 악질적인 프로파간다라니’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미개하고 나쁜 사람,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말해주길 바랐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사람들은 장외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믿게 되었다.

    

    < 모든 장외인이 나쁘진 않지만, 모든 폭도는 장외인이다 >

 

 라는 프레임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공포는 무지에서 발생한다. 공포가 단순하게 정의될수록 사람들은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도시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루 종일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6일 차 세상은 발칵 뒤집어졌다. 수동운전금지법이 발효된 2039년 이후 처음으로 알터를 생산한 초 대기업 T사의 자동차만이 자율주행을 멈추었다. 약 20년간의 완전자율주행 이후 첫 해킹 사건으로 전 세계가 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인명피해는 없어 폭동에 무관심했던 세계 언론이 T사의 자율주행 해킹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T사의 자동차들이 도로 한 복판에서 주행을 멈추게 되면서 도시가 마비되었다. 5시간 만에 해킹에서 복구되긴 하였지만 새로운 공포가 시작되었다. 뉴스에서는 수도시설, 전력망 그리고 통신망에 대한 해킹 테러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앞으로의 발생할 테러의 총구가 모두에게로 향하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T사의 자율주행 해킹사건 덕분에 한국의 반알터폭동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중동국가에서 지속적으로 반알터폭동이 있었던 것은 알고 있지만 누구도 관심도 없었다. 어쩌면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관심을 철저히 차단당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날 밤 첫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이사회 전체가 알터였던 제약회사에서의 화재로 첫 알터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드론은 불타는 제약회사 창고를 촬영하여 방송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죽음을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영생을 꿈꿨던 알터가 그렇게 화재로 사망하였다.  


 정부에서는 네오KKK의 테러는 한 명의 알터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존엄에 대한 살해라고 발표했다. 분명 ‘사망’이 아닌 ‘살해’로 발표하였다. 사망한 알터의 시신 영상만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반복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알터가 화재사고로 어떻게 사망하였는지 조사가 채 이루어 지지도 않았던 그다음 날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누군가는 재앙이라고 하였고 누군가는 찬양했던 개인사찰드론이 처음으로 서울의 상공을 지배하였다. 뉴스에서는 연이어 체포되는 폭도를 보도하였다. 개발 이후 단 한 차례의 비행을 하지 못했던 개인사찰드론들의 위력은 대단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하였던 존재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자 모두가 그 존재를 인정하였다. 아니, 오히려 찬양하였다.


 군인은 외부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존재이다. 그런 군인이 장외인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그렇게 벽이 세워지고 있었다. 물리적 벽보다 더 높은 심리적인 벽이 세워지고 있었다.


 폭동 11일 차 국가는 폭동 진압 성공을 발표했다. 네오KKK단의 우두머리가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단정한 머리. 창백한 피부. 타협과 융통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메마른 큰 눈을 가진 남자.


 내 친구 태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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