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잠에서 깼다. 연기와 메케한 냄새에 서둘러 창밖을 보았다. 건너편 건물의 1층 약국이 불타고 있었다. 아침부터 도심에서 화재라니 이상했다. 곧 나의 휴대폰에서 재난 알림 사이렌 소리가 났다. 순식간에 근육이 수축되는 듯한 아찔한 긴장감이 찾아왔다. 휴대폰을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 약국은 알터가 운영하고 있었다. 어제 뉴스에서 보았던 1구에서의 폭동이 3구까지 확대된 걸까? 서둘러 티브이를 켰다.
‘네오KKK’, 알터차별주의자의 폭동은 처음이었다. 알터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알터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미개한 행위라고 합의되었다. 마음속에서는 알터에 대한 반감이 있더라도 어떠한 형태와 방법으로도 차별적 생각을 표현하는 건 엄격하게 금기되었다. 이 폭동은 알터차별금지법 이후 반감을 처음으로 집단 표출한 사건이었다.
< HUMAN LIVES MATTER >
네오KKK의 구호였다. 뉴스에서는 폭동에 가담한 모든 사람에게 자비 없는 처벌을 할 것을 알렸다. 그리고 네오KKK에 대한 비판 보도가 잇달았다. 잊혔던 과거 네오KKK로 분류된 사람들의 악행들이 연이어 재보도 되었다.
‘네오KKK = 범죄자’
라는 프레임이 목적인 듯하였다. 물론 누구인지 혹은 어떤 형태로 활동하는지도 알 수 없었던 네오KKK는 연이은 보도들에 범죄자로 규정되고 있다.
약 10년 전 희대의 사건이었던 ‘1구 납치사건’이 재조명되고 있었다. ‘타이머 살인마’라고 불렸던 정 씨 형제 일당은 1구의 아동을 납치한 후 100시간 안에 원하는 금액을 전달받지 못하면 납치 아동을 살해하였다. 경찰 인력을 총동원에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100시간 후 한 소녀의 살해되면서 모두를 공분하게 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서 검거된 정 씨 형제는 그동안 1구의 아동들을 40여 명 이상을 납치해 왔던 것이 밝혀지면서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사유지 특별법이 발효되었으며 1구의 많은 사유지구들이 외부인들의 출입자체를 봉쇄하게 되었었다.
물리적 폭동을 일으켰으니 응당 범죄자 집단이겠지만 과거 네오KKK로 분류되었던 정 씨 형제의 악행을 보고 있으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네오KKK 전체에게로 전이될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 사이렌이 여러 번 울렸다. 외출을 자제하고 특히 알터는 외출을 자제할 것을 알렸다. 나는 사하에게 전화를 하였다.
“여보세요”
“응, 넌 괜찮아?”
“아, 응 나야 뭐 아무 일 없지”
“뭐 해?”
“뉴스 틀어놓고 일하고 있지 뭐”
“그래, 밖에 나가지 말고 알았지?”
“아 그래야지…… 넌? 넌 어때?”
“나? 여긴 조용해. 나 방금도 나갔다 왔는데?”
“뭐? 너 어쩌려고 그래!”
“참네. 여기 아무 일도 없다니까~ 너 걱정이나 해. 나가지 말고.”
“응. 그래. 너무 보고 싶어.”
“무서웠어? 언니가 지켜줄 테니까 집에 잘 붙어 있어~”
“응, 그래 너도 조심하고.”
“그래.”
전화가 끊으며 나는 행복함을 느꼈다. 나의 연인은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반알터폭동으로 사하를 걱정하며 전화를 했는데 알터인 사하가 네처인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제 사하가 살고 있는 1구에서 첫 폭동이 시작했을 때도 막상 사하는 태연했다. 내가 너무 민감한 걸까? 아니면 사하가 무심한 걸까?
창 밖을 보았다. 아침에 불타던 약국은 검게 그을린 자국만 남긴 채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