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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찬우 Oct 15. 2024

200%

 사하가 없는 이 집에서 처음으로 혼자 잠을 잤다. 오늘 사하가 돌아오진 않지만 이 집은 사하가 돌아올 준비를 해야 했다. 쇼핑몰의 상품 상세 페이지 이미지보다 더 완벽하게 이불을 정리하였다. 화장실 칫솔 하나도 신중하게 자리 잡아야 했다. 먼지하나 허락하지 않은 이 공간에서 내가 빨리 사라져야 할 것 같았다. 나는 평소에 잘 입지 않던 하얀 셔츠를 입고 제타웨이를 타고 센트럴병원으로 갔다. 베르테르가 샤를로테에게 달려가는 말발굽 소리 같은 심장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사하는 내가 오늘 올 거라 생각할까? 사하가 눈을 떴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 


 센트럴병원 1층 데스크에 가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심사하 보호자입니다. 방문 확인 부탁드립니다.”


 긴장된 순간이었다. 사하가 나를 방문등록 해놨을 리가 없었을 거다. 그래도 나는 어쩌면 나를 등록해 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랬기를 바랐다. 나는 긴장과 초조함을 숨길 수 없을 만큼 흔들렸다.


    “등록 확인 되었습니다. 2001호입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안내원은 나에게 카드키를 주며 인사했다.


 사하는 나를 방문등록 해놨다. 내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최소한 그녀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카드키를 받아 들고 뒤돌아 펑펑 울어버렸다. 나의 잘못을 용서받은 거 같았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으로 올라갔다. 부모님과 함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2001호를 노크하였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 빈 입원실에 혼자 서 있었다. 하얀 침상에는 사람이 누웠던 흔적이 없었다. 잠시 후 마음의 준비도 못한 나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입원실 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간호사가 휠체어를 밀며 온갖 링거를 꽂은 사람이 들어왔다. 병실에 있는 나를 보곤 간호사는 목례를 하곤 나갔다.


 사하가 들어와야 했었다. 하지만 사하와 매우 닮은 사람이었다. 어디가 다르길래 나는 사하를 바로 알아보지 못한 걸까? 내가 알던 사하보다 조금은 통통하였다. 내가 알던 사하보다 더 하얀 피부가 더 그렇게 보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두려움이 가득한 하얀 그 사람에게 나는 말했다.


    “까꿍”


 하얀 그 사람은 휠체어에 앉은 채 펑펑 울었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 그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휠체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하얀 사람의 손을 잡았다. 울음을 멈추지 못하던 하얀 사람은 울먹이며 말했다.


    “고마워. 와줘서 고마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이미 충분했다. 모든 게 충분했지만 무릎이 아팠다. 


    “아, 무릎이 너무 아프네 하하하”

 

 그래도 사하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똑똑똑’


 병실을 노크하며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검사실에 가셔야 합니다.”


 사하는 검사실에 가기 전에 간호사에게 입원실에 들러달라고 부탁했던 거였다. 오랫동안 울음소리만 들리던 입원실 밖에서 간호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미안해졌다. 나는 휠체어를 돌리며 허리를 숙여 사하에게 말했다.


    “기다리고 있을게.”


 사하는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뒤돌아 보며 말했다.


    “오래 걸릴 거야. 그래도 기다려줘.”


    “응.”


 그렇게 나는 또 빈 입원실에 혼자 있게 되었다. 어디에 앉아 있는 게 자연스러운지 모를 넓은 공간에서 소파 구석에 조심스레 앉았다.


    ‘내가 오늘 사하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분명 나에게는 여러 선택이 있었을지 모르겠다. 다른 선택이 어떤 것인지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다. 만약 내가 사하에게서 도망쳤다면 그녀는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하였을까? 


 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지러웠던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 거 같았다.


    ‘다 잘될 거야’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사하가 말했던 ‘200% 사랑한다’ 던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녀가 심도이로 살았던 시간과 심사하로 살았던 두 번의 시간 동안 나를 사랑했다는 의미였다. 그런 식으로라도 사하는 나에게 간절하게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TV를 켰다. 뉴스에서는 리콜 대상 집단 질환 알터의 30%가 어제까지 수술이 완료되었다고 나오고 있었다. 모든 대상자들이 아무 일 없이 잘 지나갈 수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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