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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곰 May 02. 2024

마시멜로 실험 19년 차, 당장의 마시멜로에 온순해지다

스물여섯은 마시멜로가 고프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적어도 내 나이대라면 마시멜로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한 개 더 주겠다고 한다. 기다렸던 아이들이 실제로 SAT 성적이 우수했다는 결과로 센세이셔널했다. 실제로는 가정환경과 같이 통제되지 못한 변인이 많고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봤지만, 너무 세뇌를 당한 탓인지 신빙성과 무관하게 바이블처럼 자리 잡고 있는 책. 나라면 기다릴 수 있었을까. 여섯 살의 나라면 기다렸을 것 같다. 꽤나 말을 잘 듣는 아이였기 때문에. 그렇지만 스물여섯의 나는 참을성이 없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한 기획전의 매출이 잘 나와서 작은 선물을 주었다. 그러나 마케팅은 대상자가 아니었다. 광고 효율도 좋았고, 지난 기획전보다 많은 것들을 개선시키면서 기여한 것이 많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었다. 동시에 마케팅이라는 직무가 명확한 성과를 입증하기 어렵다(우리 회사에서는)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너무 명백하게도 보탬이 되었을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강했다. 그렇게 면담 신청을 벼르고 있던 중에 누락이 된 것 같다며 뒤늦게 나도 선물을 받게 되었다. 별것 아닌 스타벅스 쿠폰이었다. 그 손바닥보다도 작고 납작한 것으로 나는 이번 주 아주 즐겁게 일을 했다. 사람인 어플의 알림도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다.


 스물여섯도 여섯 살 만큼이나 단순하다. 잘했어 그 한 마디에 좋아하고 열심히 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말도 중요하다. 나는 그 작고 납작한 것이 없었더라도 무형의 말 한마디면 충분했을 것이다. 회사는 왜 그렇게 예산은 아끼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일하게 만드는 그 효율적이고 가성비 넘치는 일들을 하지 않는 걸까.


 스물여섯 살의 마시멜로 게임은 어릴 적 읽은 책 속과는 다르다. 첫 번째로, 대뜸 마시멜로가 주어지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15분 뒤가 아닌 기약 없는 기한을 기다려야 하며, 마지막으로, 마시멜로를 가져오겠다고 떠난 사람을 도무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을 지금 안 먹고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또 주겠다는 실험에 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마시멜로를 참을 수 없을 만큼 생각보다 어리고,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마시멜로를 주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주는 일하는 것이 오로지 즐거웠습니다. 작은 선물의 영향도 있고 만들고 싶었던 광고 소재가 광고팀을 통해 뿅 나타났던 것도 행복했고, 오늘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간 것도 아주 웃겼습니다. 출장 일정으로 사무실이 텅텅 비었던 것이 영향이 큰 걸까요.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도 적절한 거리가 필요한 것처럼, 회사 동료도 마찬가지인데요. 더더욱 주 4일제가 시행되어야하는데 하고 생각하는 참입니다. 마침 이번 주에 수요일을 쉬기도 했군요. 곧 연휴도 있고 아무튼 5월은 좋은 달이네요. 직장인에게는 연휴가 최적의 어린이날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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