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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혼잣말 7편

너도, 나도, 그들도 태어날 때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by 이양고


네가 가지고 태어난 환경, 외모, 성격, 키, 발0

그 무엇 하나 너의 선택으로 가진 것 없음에

너보다 더 많이 가진 이가 손에 쥔 무언가를

단 한 번이라도 부러워한 적이 있다면


선택권 없이 태어나

평생을 눈치 보며 살아야 하는 길고양이에게

차갑게 눈을 흘기지 말기를.


그들의 치열함을 알지 못한 채

그 절박함을 외면한 채로

굶주림을 견디느라 지쳐버린 그 얼굴 앞에서

지나가던 누군가가 호의로 내민 손을

괜히 미워하지 않기를


너도, 나도, 그들도

태어날 때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잠시라도 기억하며

조금 더 조용히,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봐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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