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래된 혼잣말 5편

흔들지 말 것. 조급해하지 말 것. 억지로 떠내려 하지 말 것.

by 이양고


흙탕물을 휘휘 저으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불순물들이 떠올라

투명해 보이던 물을 금세 탁하게 만들어버리고 만다.


그 물을 깨끗하게 해보겠다고

다른 컵에 옮겨담고, 보이지도 않는 불순물들을 떠내려

애를 쓰면 쓸수록

흙탕물은 뿌연 채로 오래 남는다.


흙탕물을 맑게 만들고 싶다면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다.

떠오른 불순물들이 더는 부유하지 못하도록

슬며시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일.


흔들지 말 것.

조급해하지 말 것.

억지로 떠내려 하지 말 것.


가만히 두는 시간 속에서만

흙탕물은 스스로 맑아진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4화오래된 혼잣말 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