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베이비페어 첫 전시 이후, 우리 브랜드는 전시회의 중심이 되었다.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인 반응을 얻었고, 주최 측에서도 우리에게 주목했다. 그 결과, 우리는 A홀 입구에 위치한 가장 큰 부스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20부스 규모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그 안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설치와 운영 비용이 지난번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상황에서, 회사 입장에서는 더욱 높은 매출과 홍보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전달하면서도, 관람객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부스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입구를 넓고 길게 설계하고, 브랜드 컬러를 활용한 포인트를 배치했다. 교구 캐릭터를 무광 시트로 정리하고, 전체적인 마감은 지난번과 동일하게 무광 페인트로 처리해 고급스러움을 유지했다. 부스의 형태는 기존 구조를 확장한 육면체 형태로 디자인하고, 한쪽 벽면에는 브랜드 패턴을 무광 은색으로 은은하게 감싸도록 했다. 예상보다 효과가 뛰어났다.
그러나 진짜 고민은 부스 외벽과 내부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였다. 일반적인 해외 유모차 브랜드나 리빙페어의 디자인 전시는 공간 자체를 심플하게 구성하고, 제품을 정렬한 뒤 브랜드 슬로건과 설명을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유아 교육 브랜드였다. 지나치게 미니멀한 전시 방식은 아이들이 쉽게 관심을 가지기 어려웠다. 그래서 첫 전시에서 사용했던 디스플레이 방식을 확장하기로 했다.
우리 브랜드의 책들은 40여 권이 넘었고, 대부분 유명 해외 작가들의 일러스트를 활용하고 있었다. 출판팀 디자이너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이 훨씬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다양한 작가들과 협업했고, 그림의 완성도는 매우 높았다. 나는 이 요소를 활용하기로 했다. 전시 공간을 단순히 제품을 나열하는 곳이 아니라, 그림책의 스토리를 공간 속에 담아내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부스를 방문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그림책의 세계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책의 주요 장면을 입체적으로 연출했다. 책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공간을 만들고, 그 옆에는 책과 연관된 교구를 배치했다.
책이 가진 정적이지만 깊이 있는 상상력을 공간으로 확장하고 싶었다. 영상이 줄 수 없는 감각적인 경험, 직접 손으로 만지고 머릿속에서 장면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부스 내부에는 마루 바닥을 깔고, 따뜻한 전구색 조명을 설치했다. 그리고 나무로 작은 집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그 안에 들어와 앉아서 책을 읽거나 교구를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공간, 부모들에게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지난번 전시에서의 혼잡함을 고려해 관람객 동선도 새롭게 설계했다. 메인 입구와 이벤트 입구를 분리하고,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조정했다. 이 회사에서 교구와 유아용품을 디자인하며, 그리고 부스까지 디자인하며 느낀 것은, 유아 제품 디자인이 결코 쉬운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단순히 예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안전성을 고려해야 했다. 소재 선정부터 제품 구조, 브랜드 아이덴티티, CMF까지 모든 요소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
전시 준비 과정은 지난번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회사의 지원이 적극적이었고, 부스를 설치하는 업체에서도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주었다. 그들은 이런 형식의 부스를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지만, 실험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픈 첫날. 예상대로, 많은 관람객이 몰려왔다. 첫 전시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독립적인 공간을 활용하면서도 여유로운 동선을 제공한 덕분에, 복잡함은 줄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브랜드는 이제 신생 브랜드가 아닌, 유아 교육 업계에서 확실한 위치를 차지한 듯했다. 이번에도 경쟁사 담당자들이 우리 부스를 방문했고, 설치 업체에는 유사한 부스를 제작해 달라는 문의가 쇄도했다. 전시가 끝난 후, 설치 업체 담당자는 내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주최측에서는 우리의 전시가 베이비페어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의 전시였다는 말을 전해왔다.
힘든 준비 과정이었지만, 그 말 한마디가 모든 피로를 보상해 주는 듯했다. 전시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전시가 남긴 여운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했다. 장기간의 출장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