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의 밤이 지나고, 나는 나만의 나침반을 만들었다.
“시장은 내 돈을 빼앗지 않았다.
내 마음이 나를 무너뜨렸을 뿐이다.”
2025년 6월 18일 밤 9시.
내 계좌의 숫자가 0이 되는 걸 눈으로 보았다.
그날의 화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빨갛게 물든 캔들, 눈을 뗄 수 없는 그래프,
손가락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던 그 순간.
“조금만 버티면 반등하겠지.”
늘 그렇듯,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이번엔 진짜 다 잃었구나’
모니터 불빛 아래에서, 한참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시장에서 이기는 건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걸.
처음엔 차트만 보면 될 줄 알았다.
캔들과 패턴, 거래량과 심리선.
공부하고 익히면 수익은 따라올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내 예상을 비웃었다.
결국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나의 심리’였다.
공포에 매도하고, 욕심에 매수하고,
“이번엔 다르다”는 착각 속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그때부터 나는
‘내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곧 최고의 기술’이라는 걸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했다.
불장과 폭락을 수없이 반복하며
나는 조금씩 나만의 기준을 세우게 됐다.
원칙 없는 투자는 결국 남 탓으로 끝난다.
그렇기에 이제는 명확히 내 철학을 세우고자 한다.
투자 철학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그저, “나는 왜 이 시장에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아래의 여섯 가지 질문은
내가 청산 이후 매일 되새기는 나침반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회를 잡고 싶은가?
이 시장은 이미 지는 달인가, 아니면 이제 뜨는 해인가?
사이클을 보는 장기 투자자인가?
내러티브를 타는 스윙 트레이더인가?
아니면 빠른 반응으로 움직이는 단타 차트쟁이인가?
나의 투자 방식은 곧 나의 ‘성향’을 드러낸다.
성향을 인정하는 순간, 시장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는다.
장기 보유 자산: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사이클 전체를 가져갈 자산
내러티브 자산: 인공지능, 리얼월드에셋, 디파이 트렌드를 타는 중형 코인
고위험 고수익 자산: 저시총 알트 중, 한방의 가능성이 있는 코인
이 세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포트폴리오는 언제나 방향을 잃는다.
비중은 ‘성향’과 ‘위험 감내도’의 결과다.
공격적이라면 고위험 자산을 키울 수 있고,
보수적이라면 스테이블한 자산을 늘려야 한다.
내 자산은 나의 심리를 닮는다.
매도는 언제나 가장 어려운 선택이다.
하지만 “계획 없는 홀딩은 도박”이다.
나만의 매도 시나리오가 없다면,
시장은 늘 그 빈틈을 파고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언제 불장이 올까?”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가?
매크로 탓, 세력 탓을 하기 전에
오늘 내가 공부한 한 줄의 인사이트가 있는가?
결국, 투자는 ‘노력의 누적치’다.
남 탓이 아니라, 내 준비의 문제다.
청산의 밤 이후
나는 더 이상 코인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이 시장은 나에게 인내, 자기 통제, 관점의 훈련장이 되었다.
투자 철학은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겪은 손실과 회복의 합으로 완성된다.
이제 나는 안다.
시장의 방향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시장을 바라보는가,
그리고 그 마음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