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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지 Jul 26. 2024

마흔 살은 친절하지 않아

40살의 재발견

40살이 되면 난 정말 멋진 삶을 살고 있을 거라 확신했다.

20,30대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기에 당연히 그래야 했다.

하지만 인생은 내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20대 내내 대학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돈을 벌었고,

30대에도 남들 쉴 때 쉬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없이 40대의 문턱에 서 있다.


지금의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예전의 나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젊었을 때 추억과 열정은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는 겁부터 난다.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이불 킥할 만한 상황도 많이 떠오르고, 그럴수록 더 민망해진다.


왜, 지금은 알았는데 그때는 몰랐을까?

왜,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 알았을까?


성숙해진다는 의미, 나이가 들어간다는 의미가 이런 것일까?


얼마 전 직장동료와 외근을 나가는 중에 의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소영 씨 난, 예전에 짧은 스커트나 바지만 입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못 입겠어요"


"아, 진짜요? 왜요?"


"뭐랄까? 그냥 민망하다고나 할까?"

"입고 싶은데 40살이 된 이후부터는 못 입겠어요."


그냥 툭 나온 대화에서 나는 나이에 대한 선을 긋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

상황에 따라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생각 등으로 나를 규정하고 있었다.


40살이 되면 직장에서는 왠지 멋진 자리에서 멋진 모습을 하고 일을 하고 있어야 할 것 같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에 존경받는 상사로 보여야 할 거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난 여전히 부족했고, 멋지지 않았다.

매일이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마흔이 넘어서 한 결혼도 잘한 선택인지 모르겠다.

난 누구보다도 멋진 결혼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오랫동안 꿈꾸던 사람과 멋진 곳에서, 청첩장 한 장조차도

모든 걸 다 소중하게 준비해서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나의 결혼은 어쩌다 보니 나이 먹어서 해야 하는 식의 결혼식이 되어버렸다.

이건 내가 원했던 게 아니었다.


난 마흔 살이 되도록 결혼의 선택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인가?

나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은 결혼해서 애도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결혼을 하는 게 정답인지, 그래서 출산을 해야 하는 게 정답인지 정말 모르겠다.


나는 언제까지 불안정해야 할까?

나는 언제까지 불안해야 할까?


왜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는 것일까?

왜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안 하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일까?

남들처럼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마흔 살이 되고 나니 선택해야 할 것도, 포기해야 할 것들이 극명하게 나눠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정의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

그게 바로 내가 나이와 상관없이 행복을 찾는 방법이 아닐까?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길을 찾는 것이

진정한 성숙함이 아닐까?


모든 것이 나의 삶의 일부로,

어쩌면 지금의 이 불안과 고민이

내가 더 나아지고 성장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내가 맞이한 마흔 살은 친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기로 했다.

불안하고 힘든 순간이 많지만, 그 안에서도 나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내 삶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임을 기억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사랑해 보려고 한다.


나는 운동을 죽도록 싫어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작년에는 남편의 일로 매일같이 술만 마시며, 감정 없는 나날을 보냈다.

나의 상황을 알고 있던 지인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1년 넘게 필라테스를 하며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 운동에 재미를 붙였고,

최근에 시작한 수영에도 곧잘 소질을 보였다.

작은 성취감들이 하나씩 모여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하니 나 역시 긍정적으로 변했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회복해 건강해졌다.


40대는 새로운 시작의 기회일 수도 있다.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나만의 색깔로 인생을 꾸며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일 것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길을 찾으며, 행복을 추구하는 그 길에

나도 함께 걸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40대라는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며, 자신을 더 사랑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언젠가 나도 진정한 의미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위한 작은 조언

나의 감정을 솔직히 받아들이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을 세워
그에 맞춰 살아가자.

현재를 사랑하며 살아가자.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걱정 대신
현재의 나를 사랑하고,
그 순간을 즐기자.


40대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한다.

이 시기를 맞이하며,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성장하고,

나만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가보자.


 "당신의 마흔은 친절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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