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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지 Aug 02. 2024

결혼은 사랑일까? 책임일까?

사랑의 꿈, 책임의 중심

얼마 전, 이혼을 결심하고 법원에 다녀온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결국 무산된 계획으로 돌아갔지만 그 이후 내 마음의 변화가 컸다.

 

평소 스킨십을 좋아했던 나는 남편의 작은 스킨십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거부하게 되었고,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고 느낀다.


올해 말까지 지금의 수입보다 두 배를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약속과

제사 문제 등의 갈등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채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남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덤덤하다.

오히려 아무런 감정이 없어서 가끔은 두렵기까지 하다.


서로의 우울증을 완화하기 위해 함께 새벽 수영을 시작했고, 매일같이 출퇴근을 함께한다.

주말에는 시식을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대형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일요일에는 늘 함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부부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너무 사이좋은 평온한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으로 보일 것 같다.




얼마 전 몇 개월 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대화를 하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언니, 요즘 형부랑은 어때?"

"형부랑은 사이가 좋아?"


나는 "어, 사이좋아. 똑같아"라고 답했다.


"어떻게 사이가 좋을 수가 있어? 이해가 안 되네"


"그러게, 아무 감정이 없어서 그런가?"

"밉지도, 싫지도, 좋지도 않아"


결혼 후 공황장애와 우울증 약을 먹는 나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친구들이다.


"언니, 참지 마.. 참으면 안 돼"


"그래, 지현아.. 내가 봐도 너는 지금 억누르고 있어"

"너 결혼 전에는 멀쩡했잖아... 결혼을 하는 게 아니었어.. 아휴, 이것아"


나는 "응, 억누르는 것 같진 않은데, 아마 그러고 있나 봐... 약이 점점 늘어가는 걸 보니"라고 답했다.

"나도 지금 공부하는 것도 있고, 나 역시 올해 안에 뭔가 변화가 있을듯해.  

남편도 올해 안에 뭔가를 한다고 하니 올해 말까지 지켜보려고... 그 이후엔 나도 모르겠어"라고 덧붙였다.


친구들의 진심 어린 걱정과 근심을 뒤로한 채 나는 다시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정신의학과 상담은 매주 진행되고 있으며, 나 역시 예전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현 씨, 요즘은 어때요?"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뭐, 매일 똑같아요"라고 답했다.


"오늘은 심리검사를 다시 해봤는데요."

"음... 지현 씨? 죄책감이 항상 들어요?"

"이 상황을 지현 씨가 만든 것 같아요? 왜 그런 생각을 하시죠?"


"그냥 제가 알게 모르게 잘못한 일들에 대해 벌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걸 보면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근데 다 제 잘못 같아요."


"지현 씨..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지현 씨.. 남편과의 관계는 어때요? 사이는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아 그래요?"


선생님도 내 친구들과 같이 남편과의 관계과 원만한 게 의아한 표정이셨다.


"그냥, 아무 감정이 없는 거 같기도 하고요."

"이것도 잘 모르겠어요."


"다음에 말하고 싶을 때 얘기해 주기로 하고요, 이번에 약 용량을 조금 올려야 할 거 같아요."

"약 먹는데 불편함은 없었나요?"


"네..."


"그래요. 다음 주에 뵙죠."


친구들과 선생님의 같은 반응이다.

남편과의 사이가 좋은 게 이해가 안 되는 건가.

그런가? 사이가 좋으면 안 되는 걸까? 이상한 걸까?

그렇다고 매일같이 울면서 싸울 수는 없는데, 서로 가장 힘든 부분들을 건들지 않고 피하고 있는 걸까?



얼마 전 시아버지께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굴러 떨어지시는 큰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머리를 감싸고 넘어지셔서 머리는 다치지 않으셨지만, 전신 타박상과 손가락이 부러지셔서 수술을 받게 되셨다.

그 이후 남편은 아버님을 모시고 함께 병원을 다녔고, 나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아버님께 음식 등을 보내며 안부전화를 드렸다.


그 일 이후로 나는 다시는 아버님께 연락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 참고 https://brunch.co.kr/@sophiabeige/9 ]

앞으로 얼굴볼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아버지가 다치셨는데 외면할 수가 없었다.

친정엄마의 기나긴 설득에 먼저 연락을 드리게 되었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책임을 갖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내 감정과 상관없이 인간의 도리고, 자식의 도리로 해야 하는 일이었을까?


지금의 나에게 결혼은 사랑일까? 책임일까?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책임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니, 사실 감정을 억누르며 결혼생활을 버티고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다.

내가 원하는 삶, 내가 원하는 사랑, 내가 원하는 결혼은 무엇인지

마흔 살인 나에게 답을 주고 싶다.


나의 결혼은 사랑인가? 책임인가?

결혼은 사랑의 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중심에는 책임이 자리 잡고 있는 걸까?


결혼을 단순히 사랑의 꿈으로 생각하면서도, 그 안에 존재하는 책임의 무게를 간과하기 쉽다.

사랑이라는 꿈을 품고 결혼을 시작하지만, 현실에서는 다양한 책임이 그 뒤를 따르게 된다.


결혼 생활은 단순히 사랑을 넘어, 서로의 기대와 책임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사랑은 결혼의 시작이자 중심이지만, 그 사랑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책임감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책임이 결혼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결혼을 사랑의 꿈이라 쓰고, 그 중심에 책임이 있음을 깨닫는 것은 중요하다.

사랑과 책임이 균형을 이루어야만 결혼 생활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

결혼 생활에서 사랑의 꿈을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그 꿈을 지탱하는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혼을 준비하거나 나와 같이 결혼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결혼은 사랑과 책임이 함께 하는 건 분명하다.

서로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스스로의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행복을 찾는 과정에서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결혼은 사랑일까? 책임일까? 


아마도 두 가지 모두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결혼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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