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이지 Aug 09. 2024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볼 용기가 생겼어

원망에서 벗어나

최근 들어 작년보다 기분이 좋아진 날이 확실히 많아졌다.


꾸준히 복용해 온 약의 효과일까,

아니면 새롭게 시작한 수영 덕분일까?

정신과 상담에서 약의 용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결심이 자주 든다는 점이다.


한때 나는 조용하고 정적인 것을 좋아해 강도 있는 운동을 피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수영을 시작하면서,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힘든 운동이 주는 묘한 쾌감을 발견했다.

물속에서 나 자신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


여름휴가 때 남편과 강원도의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평소 번거로운 일을 싫어하던 내가 바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나로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바다에 들어가 자연을 느끼고 파도를 타며 한동안 웃고 즐겼다.

바다에서 즐겁게 논 건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었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부부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신선한 자극을 받았고, 그 시간들은 나에게 큰 감동과 평온을 선사했다.

집에 돌아와 며칠이 지나고 나니 머리와 마음이 텅 빈 듯 편안하고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자신의 빚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절약하며 돈을 벌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출근 전후로 공부를 하며 상반기에 자격증 시험을 네 개 보았고, 그중 세 개에 합격했다.

남편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만의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점차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남들의 시선이나 기대와는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누구의 탓'을 하며 하루하루를 원망했다.

내게 닥친 불행들이 억울했고,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에 매일을 원망 속에서 보냈다.

원망할 대상이 없으면 불안하고, 누구를 탓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기에, 지금 이렇게 무너지는 자신이 너무도 억울하고 미안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모든 원망과 자책이 나를 더 아프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리는 것이 더 두려웠고, 이제는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했다.


아직 내 인생은 미완성이다.

남들이 사는 대로, 부모님의 기대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인생의 정답은 없으니까, 나는 나만의 길을 찾아가기로 했다.


결혼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고통으로 시작된 결혼, 절망과 슬픔 속에서 흔들리던 나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를 지지해 주는 남편과 함께, 그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보기로 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결혼이라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도, 그게 뭐 어떤가?


아직 내 인생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지금의 결심과 용기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려 한다.


40대의 나이, 결혼한 여성으로서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내 삶의 의미를 다시 찾고 있다.

남들이 정해준 틀 속에서 스스로를 억누르며 살아왔던 내가,

이제는 그 틀을 깨고 자유롭게 나를 표현하려고 한다.

너무 늦은 시작처럼 보일지 몰라도,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의 결심이다.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가려 한다.


"그냥 다시 한번 살아볼까?"


지금 이 순간, 그 결심이 내게 묻는다.

그 대답을 내 삶에 새겨 넣으며,

나는 새로운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나를 위한 선택을 하며 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의 결심이 내 삶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도록,

나는 내 길을 당당히 걸어가려 한다.








이전 13화 결혼은 사랑일까? 책임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