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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지 Aug 23. 2024

나는 정말 괜찮은가?

우울, 나를 삼킨 그림자

나는 1년이 넘게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 3년간 두 번 병원을 찾았으나,

우울증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치료를 중단했다.

이번에도 병원을 방문했지만,

숨이 막히는 것만 해결되면 치료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면의 고통을 숨길 수는 없었다.


치료의 시작과 내면의 갈등


몇 개월 후, 나는 호흡곤란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최근 상태를 물으셨고,

나는 애써 밝은 척했지만, 속은 심각하게 우울했다.


어느 날, 상담을 받으러 가는 길, 내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정의 바다에 잠겨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침착하게 나를 바라보며,

“지금 어떤 느낌이 드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떨구며, 숨겨왔던 슬픔과 고통을 털어놓았다.


매주 상담을 받기로 했다.

귀찮았지만 이번에는 꾸준히 갔다.

선생님도 그렇게 하라고 하셨고, 나는 빠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약의 용량도 조금씩 늘어났다.


두려웠다.

나는 내가 조금 힘들고 어렸을 때부터 있던 공황장애만 있을 뿐,

우울증과는 별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나는 조금씩 우울에 빠지고 있었다.





우울증을 인정하지 않는 나


“나는 정말 우울증을 인정하지 않는 걸까?”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의문이었다.


“내가 힘든 것은 환경 탓이지 내 탓이 아닐 거야.”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숨겨진 상처를 마주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의 어두운 구석에서 더 깊은 고통이 자라고 있었다.


내가 우울증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자, 감정의 고통은 점점 깊어졌다.

매일 아침 미라클 모닝을 하고, 운동하며 열심히 살았지만, 내면의 고통을 부인하기만 했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외부의 문제로 돌리고, 우울증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상담을 하는 선생님께도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전 잘 살고 있어요. 하지만, 다 누구누구 때문이에요."


나는 나 자신을 보호막으로 둘러싸며 남 탓을 했다.

우울증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상황이 안 좋아서 내가 병원을 찾았을 뿐이라고 합리화했다.

남편도 알아야 한다고, 내가 얼마나 힘든지.

내가 웃고 잘 지내니깐 내가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현실을 마주하다


아침에만 먹던 약이 이제는 아침과 저녁으로 나뉘고,

약의 개수는 점점 늘어났다.

병원비도 만만치 않았다.

남편과 나, 둘이서 정신과 치료비로 한 달에 20만 원 가까이 쓰고 있었다.

나는 병원을 가지 말아야 할 명분을 또다시 찾고 있었다.


“난 아무렇지 않아, 집안일도 잘하고, 부모님께도 잘하며, 회사 일도 문제없어”라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우울증이 아닌 외부의 문제로 또 돌리려고 했다.


상담 시간에 선생님이 내게 물으셨다.

"지현 씨,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요?"


"네?... 글... 글쎄요?"


나는 답하기 어려웠다.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내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셨다.

결국, 나는 이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을 꺼냈다.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요.

전반적으로는 정상인데, 우울증이 중상 이상으로 나와서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라고 하더라고요."


선생님은 빠르게 반응하셨다.


"아, 그래요?"


"그리고 술도 줄이래요."


"요즘은 어때요? 약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글쎄요. 안 마시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안 돼요. 그래서 전 패배자 같아요."


매일같이 맥주를 마시는 습관 때문에 알코올중독치료제 약을 복용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약의 효과도 더 이상 보지 못했다.


과거와의 대면


선생님은 내 과거 이야기를 꺼내셨다.


"지현 씨 예전 아버님이 도박을 하셨다고 하셨죠?

아버님의 대한 좋은 기억이 있나요?"


선생님은 내 과거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내 우울증의 뿌리를 이해하고자 했다.


"음... 굳이 좋은 기억이라면 어렸을 때 매주 놀이공원을 갔어요. 그리고 사 달라는 건 다 사주셨어요."


"매주요?"


"네... 저희 집이 금전적으로는 부유한 편이었어요. 전 아버지가 도박으로 다 잃어서 그렇지."


"그래도 매주 놀러 다니시고 가정적이었네요?"


"네... 그러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


"부모님은 자주 싸우셨나요?"


"네, 초등학생 이후로는 매일 싸우는 것 밖에 안 봤어요.

그러고 보니 엄마 아빠랑 맨날 싸우긴 해도 아빠가 폭력적이진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엄마한테 맞았지, 아빠한테 맞은 적은 없었거든요."


"아 그래요?"


"그리고 엄마가 아빠를 손톱으로 긁거나 상처를 냈지 아빠는 싸워도 엄마를 때리진 않았어요.

하지만, 아빠의 언어폭력과 부모님의 매일 되는 싸움에 하루하루가 공포였어요."


"음... 지현 씨.. 지현 씨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예요?"


"엄마요? 어려워요.. 그리고 힘들어요."


"지현 씨는 엄마가 왜 어려울까요?"


"엄마는 아직도 저한테 의지를 많이 하세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요.

저는 아무 능력도 없는데 해 드릴 수 없는 제 자신을 볼 때마다 비참해져요."


"지현 씨는 부모님이 싸우고 나면 아빠가 미웠나요?"


"네, 당연하죠."


"왜, 당연하죠?"


"그야, 당연히 아빠가 잘못했으니까요."


"엄마가 아빠는 나쁜 사람이고 잘못한 사람이라고 계속 말씀하셨기 때문에

지현 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어렸을 때의 지현 씨는 부모님이 어떤 상황인지를 모르고 싸우는 것만 봤잖아요."


"아...(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네.... 그... 그.. 렇겠죠?..."


"지현 씨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고, 원하는 대로 살아오신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안 그러면 엄마가 싫어하고 힘들어하시니깐요."


상담 중, 나는 아버지의 도박과 부모님의 싸움으로 인한 어린 시절의 고통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의존적 태도와 부모님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이

내 우울증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부모님의 싸움과 아버지의 도박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를 남겼다.


"지현 씨,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깐 지현 씨의 우울이 최근에 이루어진 게 아닌 것 같아요.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쌓여온 응어리들을 조금씩 풀어나가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은 약의 용량을 조정하셨고, 나는 묵묵히 따랐다.





자기 이해와 치유의 과정


나는 정말 괜찮은가?

나는 언제부터 힘들었을까? 정말 난 아무렇지 않았던 것일까?

나는 여전히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괜찮은가?


이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우울증은 내가 겪어야 할 과정이라는 것을.

내가 겪고 있는 감정과 고통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울증이 단순히 나의 문제라기보다,

나의 인생에서 겪어야 할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니의 감정을 외부와의 갈등으로 돌리고 있었다.

부모님과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가 아닌 외부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나의 내면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과 치료 과정에서도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문제를 제대로 직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상담 중에 선생님이 나에게 말했다.


“지현 씨, 우울증은 단지 하나의 과정일 뿐이에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하는가입니다.”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나는 매일 아침 명상과 글쓰기를 시작했다.

감정을 기록하면서,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미래가 불확실하더라도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나의 감정을 돌보는 데 집중했다.


우울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다.

이제는 스스로를 더 이해하고, 위로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어느 순간에

“나는 정말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돌보고, 따뜻하게 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살펴보고, 점차 치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나 자신과의 대화는 때로는 힘들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나 자신을 돌보는 과정에서 진정한 치유와 자기 이해를 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나는 오늘도 나 자신과의 대화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나는 정말 괜찮아질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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