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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딘 Jan 05. 2021

잊지 말자. 내가 제일 똑똑이다.

DAY1 오스트리아 린츠에 도착한 날

2019년 9월 12일

내 인생을 책임질 건 나니까, 이 분야에서는 내가 제일 똑똑이다.


경유해본 적도 없으면서 혼자 베이징에서 6시간을 경유해야 했다. 운 좋게 호텔을 무료로 제공받았고 짧은 시간이지만 편하게 쉬다가 남은 비행을 할 생각에 설레며 출국했다. 문제는 10kg의 배낭을 메고 그 호텔에 가기까지 두 시간을 헤매었다. 블로그에서 본 대로 temporary visa(임시비자) 이정표를 따라 걸었다. 근데 50m 남았다는 표지판 옆에 환승 창구가 있고 모든 사람이 그쪽으로 들어갔다. '50m가 생각보다 가깝네?' 생각하며 따라 들어가서 보안 절차 다 거쳤더니 갑자기 게이트가 나왔다. 여기선 답이 없구나 싶어서 직원한테 겨우 설명하니까 쟤한테 가봐라 절로 가봐라 올라가봐라 직원전용 통로를 통해 올라오니 다시 귀국장. 그 50m 팻말을 지나쳐 걸으니 아깐 안보이던 임시비자 발급 창구가 나왔다. 호텔로 가는 셔틀을 타기 위해 공항 밖을 나왔을 때 거대한 방탈출을 한 느낌이었다.


덩그러니 게이트에 앉아서 느낀 허탈함을 잊지 못한다. 모르는 사람들을 믿은 내가 신기하다. 그리고  믿었는데 틀려서 그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느낌이 드는 건 더 신기하다. 지쳐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데 그러면 정말 아무것도 안 되는 상황. 철저하게 혼자인 그 기분을 잊지 못한다.




덕분에 나는 '내 맘 같지 않은 것'에 실망하지 않는다.


나만큼 나를 책임질 사람은 없다. 아무리  분야의 전문가가 지식이 많고 경험이 많을 지라도 나만큼 책임을 지지 않는다.  몸만  이민가방을 끌고 안내방송의  글자도  알아듣는 오스트리아 기차 안에서 생각했다. 만약 누가  가방을 훔쳐간다고 해도  기차 안의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화를 내도 돌아오는 반응은 '그러게, 그렇게 소중했으면 가방을 더 잘 챙겼어야지' 정도. 나는 내가 챙겨야 한다. 나는 내가 너무나 소중하니까 더 신경 쓰고 더 열심히 챙겨줘야만 한다.


남들이 '  같지 않은 ' 당연하다.


그들은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지 내가 아니라서 아쉬울 .  전문분야가 아니라고 느낄 , 위축되기 마련이다. 부동산에서 집을 계약할 ,  모르니까 하루에도 수건의 계약을 처리하는 중개사의 말과 행동을 보고만 있기 마련이다. 그러지 말자.  삶에 있어서 전문가는 나다.


잊지 말자. 내가 제일 똑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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