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랏차부리 | 2
셋째 날, 점심시간쯤 나는 전날 찾았던 ‘뱀산공원’과 이어지는 또 다른 공간으로 향했다.
Phu Pha Raet, a secret corner of Khao Ngu로 향했다.
이곳은 ‘비밀의 공간’이라는 이름처럼, 공원 입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약 2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전날보다도 차가 더 많았다.
‘비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어딘가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이었다.
공간 자체는 아담했지만, 협곡을 바로 앞에서 마주할 수 있었고
보고 싶은 풍경만 딱 담긴 듯한 느낌.
군더더기 없이 좋은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다.
입구 쪽에는 푸드트럭처럼 꾸며진 작은 카페,
กาแฟ car coffee มุมลับภูผาแรด이 눈에 띄었다.
캠핑 콘셉트로 꾸며진 이곳은 이 공간의 유일한 커피 트럭이자, 가장 편안한 쉼터였다.
나는 그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사진을 찍고,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갔다.
늦은 오후, 복귀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Wat Phra Sri Arn이라는 사원이었다.
랏차부리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사원 중 하나라고 한다.
사원은 온통 황금빛으로 감싸여 있었고,
그 중심에는 웅장한 메인 사원이 빛나고 있었다.
수많은 불상들과 고승들의 밀랍인형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원 옆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오래된 나무들 사이사이로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보였다.
어림잡아도 100년은 넘었을 법한 나무들.
그 아래로 산들바람이 불어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시간과 빛, 바람이 하나로 섞이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한 스님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모두의 평안과 무사함을 기도했다.
그날은 안타깝게도 미얀마에서 강한 지진이 있었던 날이었다.
방콕에서는 지반이 약해 건물 붕괴 사고도 있었고, 많은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당시 나는 차 안에서 지도를 보고 있었는데,
차가 흔들려 처음엔 강한 바람이 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어지러움이 느껴졌고, 지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랏차부리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와이프의 친구가 사는 콘도는 출입 금지가 내려졌고,
그 가족은 외부 숙소를 옮겨 다니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들으며, 다시 한번 사원에서 두 손을 모았다.
재난이 없기를, 모두가 무사하기를.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하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도 내 안의 본능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더 많이, 더 잘 남기고 싶다.’
이 아름다움들이 후대에도, 그보다 더 먼 시간 너머에도 이어지길.
그 마음 하나로, 다시 셔터를 눌렀다.
이 사원을 마지막으로, 나의 랏차부리 출사는 마무리되었다.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깊이 남겨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