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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다른 태국> 낯선 조화

태국 촌부리 | 1

by 강라마

어느 느지막한 아침, 태국 촌부리를 향해 길을 나섰다.

가까운 거리라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었고,

그래서인지 마음도 더 편안했다.

아침은 거르고,

오늘의 시작은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배부터 든든히 채워야 좋은 사진도 나올 테니까.




첫 목적지는 ‘Jeebha Cafe’. 딤섬이 유명한 바닷가 뷰의 카페다.

이곳은 Chonlamakwithi Bridge 위에 있다.

생각보다 이 다리가 길고 멋졌다.

단순히 이동을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 하나의 풍경이자 장소로 존재하는 다리였다.

푸미폰 라마 9세의 84세 생일을 기념해 건설되었고,

수쿰윗 도로의 교통 정체를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다리 주변엔 푸드트럭과 작은 상점들도 많았고,

그 풍경이 나름의 활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딤섬집에서 바라본 바다는 썰물이라 드러난 갯벌이 한눈에 들어왔다.

낯설지만 이상하게 익숙한 풍경. 순간 한국의 서해가 스쳤다.

태국에서 갯벌을 보는 일은 흔하지 않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 갯벌 위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그런 풍경이라고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가슴에 머무는 장면이었다.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는 풍경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오래 남는 인상이었다.

촌부리-2025-04-28-69.JPG 2025.04 | Thailand_Chon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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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찍고 딤섬도 맛있게 먹은 후,

다음 목적지는 ‘그랜드 캐년 촌부리’였다.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생기는 장소.

구글지도 안내가 조금 혼란스러워서 길을 몇 번 헤매긴 했지만, 결국 잘 도착했다.

전에 다른 지역에서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는 장소를 가본 적이 있다.

그곳은 산을 오르는 장소였는데, 이번 촌부리의 그랜드 캐년은 전혀 달랐다.

주차하고 걸어 들어가면 바로 풍경이 펼쳐진다.

알고 보니 이곳은 버려진 채석장이었다.

채석장이 버려진 뒤 오랜 세월 동안 빗물 등이 고여 지금의 호수가 되었고,

그 주변으로 기찻길이 이어진다.

절벽 아래 펼쳐진 물빛과 멀리 보이는 산들의 조화는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깊게 다가왔다.

사진을 찍기보다 한참을 그냥 바라만 봤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라보는 그 순간이 가장 좋다.

내가 출사지를 갈 때마다 마음의 영점을 조정하듯 담담한 상태를 유지하려 하는 이유다.

그런 마음으로 이곳에 서 있으니 더 많은 것이 보였다.

이 풍경은 내게 말없이 말을 건넸다.

잘 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깊어졌고,

동시에 아직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이 감정이야말로 내가 사진을 사랑한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셔터를 눌렀다.

내 시선과 마음으로 이 공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담았다.

촬영할 수 있는 반경은 넓지 않았지만, 그 제한 속에서도 충분히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촬영을 마친 후엔 근처 해산물 시장에 들러 저녁거리를 샀고,

숙소에 체크인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첫째 날의 출사가 끝났다.

다음날도 좋은 장면들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을 조용히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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