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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다른 태국> 물빛 평화

태국 칸차나부리 | 2

by 강라마

칸차나부리에서의 셋째 날 아침은 몬족 마을의 고요함 속에서 시작된다.

숙소에서 5분 거리의 몬 브릿지에 도착하자마자 여행 안내 아저씨가 다가와 사원 보트 투어를 권한다.

3군데 사원 모두 방문하는 500바트 투어를 망설임 없이 선택하고,

뗏목 형식의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 배에 오른다.

어제 내린 비는 온데간데없이 쨍한 날씨가 상쾌함을 더하고, 강바람은 시원하게 뺨을 스친다.

배가 나아가는 길은 상상 이상의 절경을 선사한다.

저 멀리 펼쳐진 초록빛 산등성이와 원색 지붕의 몬족 마을 목조 가옥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사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눈 호강을 제대로 한 탓에 보트 투어는 시작부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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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사원, 왓 따이 남 (Wat Tai Nam, วัดใต้น้ำ)

약 15분 정도 달려 도착한 첫 번째 사원은 왓 따이 남이다.

이곳은 3월에서 5월 사이에만 직접 걸어 다닐 수 있고, 다른 시기에는 물에 잠긴다고 한다.

5월에 방문한 덕분에 우리는 배에서 내려 사원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꼬마 아가씨가 능숙하게 사원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또렷하게 설명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물이 빠진 시기라 현지 아이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마 사원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따라왔거나 놀러 온 듯하다.

사원은 많이 허물어져 있었지만, 남아있는 형체들은 오히려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신비로움을 더한다.

이곳은 1987년 카오램 댐(Khao Laem Dam) 건설로 인해 수몰된 몬족 마을의 사원 중 하나이다.

댐 건설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했고, 사원 역시 수몰되었다.

하지만 갈수기인 3월에서 5월이 되면 수위가 낮아지면서 사원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때 방문객들이 직접 사원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게 된다.

수몰된 사원이라는 독특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불상에 기도를 드리고 사진을 촬영한 후 다음 사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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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이 감싼 사원, 왓 쏨뎃 (Wat Somdet, วัดสมเด็จ)

다음 목적지는 육지에 있는 사원, 왓 쏨뎃이다.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넓은 초원은 마치 스위스의 어느 초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멀리서 풀을 뜯는 염소 떼의 모습은 평화로움을 더한다.

비록 스위스를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TV에서 보던 멋진 유럽의 풍광이 하나도 부럽지 않은 순간이다.

사원은 작은 동산 위에 자리하고 있어 계단을 좀 올라가야 한다.

초입에는 커다란 소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우리를 반겨준다.

사원에 도착하니 본당 사원 하나가 웅장하게 서 있다.

이 사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거대한 나무뿌리들이다.

마치 고대 시대의 건물을 보는 듯 엄청 오래된 모습을 하고 있다. 왓 쏨뎃은 버려진 사원이었으나,

1987년 카오램 댐 건설로 인해 수몰 위기에 처한 다른 사원들의 불상과 유물을

이곳으로 옮겨와 보존하면서 다시 활기를 찾게 되었다.

당시 수몰된 사원들의 부처상과 유물을 이곳으로 옮겨와 안치했고,

새로운 본당을 지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원래의 지붕은 허물어져 철제 지붕으로 보수되었지만,

그 안에 자리한 큰 불상은 여전히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는다.

우리는 이곳에서도 기도를 올린다.

주변의 오래된 나무들과 특이한 형태의 뿌리들이 사원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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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채 시간을 품은 사원, 왓 씨 수완 나 끄라우 봇 쩜 남

(Wat Si Suwan Kao Bot Jam Nam, วัดศรีสุวรรณ(เก่า) โบสถ์จมน้ำ)

마지막 사원은 왓 씨 수완 나 끄라우 봇 쩜 남이다.

이곳은 아쉽게도 물속에 잠겨 있어 배에서만 볼 수 있다.

강물 위로 잠겨 있는 건물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롭다.

오랜 옛날에는 물에 잠기지 않았을 사원이 강물에 잠겨 있는 모습은

변화하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삶의 변화, 나이를 먹어가며 달라지는 시간에 대한 관점,

그리고 죽음까지도 생각하게 되는 시기에 이런 역사적인 장소를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약 1시간가량 이어진 보트 투어를 마치고 다시 몬 브릿지로 돌아오니 이슬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서둘러 숙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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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깃든 몬족 마을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지만, 이대로 출사를 마무리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다행히 빗줄기가 조금씩 잦아들자 카메라를 들고 홀로 숙소를 나선다.

몬족 마을 사이드로 넘어와 이곳에 도착하니 몬 브릿지를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나타난다.

숙소가 있는 태국 사이드에서는 보지 못했던 몬족 마을의 색다른 모습과

목조 몬 브릿지가 어우러져 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미얀마에서 이주해온 몬족이기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곳은 미얀마에 온 듯한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뷰포인트는 여러 단계의 계단으로 조성된 생각보다 큰 규모의 공원이다.

단순히 전망만 좋은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다.

아래 풀밭을 내려다보니 강가 주변에 염소 떼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풍경이 일상인 이곳은 아주 한적한 시골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순간, 한 단어가 떠오른다. 평화.

몬족은 미얀마(버마족)의 오랜 박해를 피해 산악 지대를 넘어 이곳 태국에 이주해왔다.

수많은 역경을 겪었지만, 이곳에 도착한 순간 그들은 평화를 외쳤을 것이다.

더 이상 박해와 억압이 없는, 그야말로 평화라는 단어로 정리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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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걷는 시간의 다리, 몬 브릿지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 몬 브릿지를 직접 건너보기로 한다.

계속 바라만 보았던 다리를 직접 내 발로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다가간다.

다리에 들어서서 좀 걸어가니 상판이 그냥 나무 하나다.

사람들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건너길래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들어섰는데,

좀 걸어가니 현실이 느껴진다.

아래를 보니 나무 상판 하나에 그 사이로 보이는 강물은 첫날 가본 스카이워크보다도 사실 더 무서웠다.

이 다리가 약 40년 가까이 지금까지도 문제없이 건재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100% 나무로만 되어 있는 이 다리를 완성한 것도 멀리서 볼 때와는 다르게

직접 몸으로 체감하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이걸 어떻게 만들었지? 이 강물에 이렇게 길게?'

이 긴 세월을 잘 버틸 정도로 어떻게 설계되었고

어떤 재질의 목재이기에 이렇게 건재할 수 있는지 궁금증이 샘솟는다.


몬 브릿지는 태국에서 가장 긴 목조 다리로,

몬족 마을과 태국 마을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86년에 몬족 승려인 롱 포 웃타마(Luang Por Uttama) 스님이

몬족 주민들의 노력과 기부로 건설을 시작하여 1987년에 완공되었다.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기존 다리를 대체하기 위해 지어졌으며,

몬족 주민들의 염원과 단합을 상징하는 다리이다.

여러 차례 보수 작업을 거쳤지만, 여전히 몬족의 삶과 역사가 스며 있는 중요한 상징물로 남아있다.


한참을 걸었다. 걷다가 사진을 찍고, 조금 걷다가 사진을 찍고, 꽤 오랫동안 다리 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반대로 돌아오는 길은 아침에 잠깐 맛보았던 대나무 뗏목 형식의 다리로 복귀해본다.

몬 브릿지만큼이나 이 다리도 정말 신기해서 직접 끝까지 건너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곳의 강물이 아주 잔잔한 탓에 이 다리도 위험하지 않고 다리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씩 흔들흔들,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는 재미는

몬 브릿지를 건너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이 다리도 한참을 촬영하면서 걸어왔다.

이 다리는 몬족 마을 주민들이 직접 대나무와 나무를 이용하여

몬 브릿지가 손상되었을 때나 보수 작업 중일 때

임시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대안 다리라고 알려져 있다.

몬 브릿지가 주요 교통로 역할을 한다면,

이 뗏목 다리는 몬족의 지혜와 강에 대한 이해를 엿볼 수 있는 소박하지만 실용적인 건축물이다.

역시 멀리서 보는 것도 출사로서 좋지만,

직접 그곳을 걸어보고 체험해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 듯하다.

신비로움과 평화가 가득한 이곳에서 칸차나부리 출사 셋째 날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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