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칸차나부리 | 4
칸차나부리에서의 넷째 날,
새벽 탁발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뒤로하고 오전 12시에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리셉션에 키를 반납하고 다시 산을 넘었다.
바람에 먼지가 날리기도, 구불구불한 길이 계속되기도 했던 시간들.
3시간여를 달려 칸차나부리 중심가 쪽으로 향했고,
목적지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인 바나나 리조트 앤 스파(บานาน่ารีสอร์ท แอนด์ สปา)였다.
이곳은 확실히 좀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변에 위치한 한적한 숙소라는 점이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리조트에 도착하니 숲속에 들어온 듯 큰 나무들로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고, 리조트 부지가 생각보다 꽤 넓었다.
안에는 카페, 음식점, 그리고 강물을 그대로 이용한 야외 수영장도 있었다.
아마 단체 손님을 위한 수상 레저 시설도 있는 듯했다.
강변을 바라보며 한가롭게 쉬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숙소가 전체적으로 좀 낡은 느낌이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이해는 됐지만, 나처럼 이런 부분에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도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자연 가득하고 강변이라는 좋은 위치에 부지도 넓으니,
가격을 조금 더 올리더라도 깔끔하게 리노베이션을 거치면
금방 인기 리조트가 될 것 같다는 오지랖 섞인 생각도 들었다.
이곳은 숙소 자체보다는 주변 풍경이 그 가치를 말해주는 곳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자연 가득한 느낌과 잔잔한 강변에 위치해 굴곡진 강 라인을 보면서
사진을 찍거나 음료를 마시며 쉬기 너무 좋은 곳이라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글 쓰기에 몰입했던 넷째 날 오후
넷째 날 오후는 간단히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고 계속 글 작업에 매진했다.
바로 다음 날이 지금 쓰고 있는 '강라마의 타이로드'를 발행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출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글과 사진 작업을 정리한 뒤 발행했지만,
이번 여행은 일정이 길어지다 보니 글을 현지에서 바로 사진 작업과 함께 해야 했다.
그래서 이날은 특별히 사진 촬영을 하지 않고,
아침 일찍 일어나 장거리 운전을 했으니 체력을 충전하는 데 집중했다.
리조트에서 음식을 양껏 시켜 체력 보충도 하면서 밤늦도록 글 작업에 매달렸다.
자연 속에서의 작업은 조금 느리지만, 더 정확하고 솔직한 감정을 담을 수 있게 해주는 듯했다.
시간의 흔적을 따라, 므앙 씽 역사공원
그리고 다섯째 날이 밝았다.
오전 아침 식사 후 리조트에서 간단히 스냅 촬영을 마치고 체크아웃을 했다.
집으로 바로 복귀하기엔 아쉬움이 남아 근처에 마지막으로 한 곳을 들르기로 했다.
바로 므앙 씽 역사공원(Mueang Sing Historical Park / อุทยานประวัติศาสตร์เมืองสิงห์)이었다.
마침 숙소에서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이동에 수월했다.
이곳은 크메르 제국의 영향을 받은 태국 서부의 중요한 유적지로,
대략 13세기경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므앙씽 궁전의 터였다.
당시 이 지역은 무역과 군사적 요충지였고, 이 유적지는 말 그대로 '도시의 중심' 역할을 했던 공간이었다.
나는 아유타야의 유적지를 상상하고 갔었는데, 이곳은 그런 느낌이 아닌 또 다른 놀라움이 있는 공간이었다.
일단 안에서 차를 타고 이동할 정도로 생각보다 넓고
아주 깔끔하게 조성이 되어 있는 역사 공원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가운데 궁전의 메인이었던 건물은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었고, 그 안까지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그 안을 들어가니 아주 신비한 공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보통 전쟁 등으로 많이 훼손되어 유적지 안으로 깊이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운데,
이곳의 유적지는 진짜 옛 성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벽과 일부 천장 부분까지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이 시대로 간 듯한 오묘한 느낌이 오고 갔고,
살짝 닭살이 돋을 정도로 알 수 없는 기운도 느껴지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이곳 외에 또 인상적이었던 곳은 공원 외곽의 강변이었다.
강변의 모습도 너무 멋져 잠시 차를 멈춰서서 풍경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
곳을 안내해주시던 직원분이 말을 걸어왔다.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도 하면서 따라가 보니, 그곳에 너무나 놀라운 것이 존재했다.
이곳은 역사 유물 등을 발굴했던 곳이기도 했는데,
이 땅 아래 지층에서 수천 년 전, 므앙씽이 있기도 전의 사람 유골이 보존된 채 발견된 장소였다.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발견되었던 사람의 뼈 형체가 땅에 묻혀있던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장소였다.
이것을 직접 바로 코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순간 좀 무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순간이었다.
보통 박물관 등에서 모형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거나 하는데,
이곳은 실제 진짜 유골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한 곳이었다.
그 시대 사람의 흔적을 미디어가 아닌 직접 눈으로 지금 시대에 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현실 감각이 살짝 혼란스러울 정도로 여러 감정이 오갔다.
이 역사공원은 진짜 와볼 만한 곳이었다.
므앙 씽의 시대와 그 시대를 넘어서서 더 이전까지도 직접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임이 틀림없었다.
하나의 작은 세계
역사공원을 쭉 둘러보고 우리는 집으로 복귀했다.
평소 출사보다 더 길고 먼 일정으로 처음 시도해 본 이번 여행은,
내게 칸차나부리에 대한 단순한 하나의 관광지를 넘어서는 계기가 되었다.
늘 마음에만 품었던 몬족 마을을 직접 가보고 머물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다.
그리고 칸차나부리 중심 부근에서도 태국 최초의 종이공장,
그리고 출사 마지막날 방문한 역사공원 등 생각보다 너무 멋진 공간을 눈으로 직접 보고
촬영할 수 있어서 감사한 출사 여행이었다.
칸차나부리는 더 이상 하나의 장소가 아니었다.
그 안에 겹겹이 쌓인 시간, 그리고 그 시간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포함된, 하나의 작은 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