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나콘나욕 | 2
나콘나욕 2박 3일 출사, 그 두 번째 날이 시작되었다.
체크 아웃을 하고 첫 숙소를 나서며 느꼈다.
전날 대나무 숲에서 얻은 맑은 에너지 덕분인지,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리고 그런 기분은 다음 목적지인 Khun Dan Prakarn Chon Dam(ขุนด่านปราการชล)에서 더욱 또렷해졌다.
나콘나욕 하면 많은 태국인들이 산과 계곡이 많은 국립공원을 먼저 떠올리듯,
나 역시 태국에서 수많은 산과 국립공원을 방문했었다.
이번 출사에는 늘 보던 풍경이 아닌 좀 더 특별한 곳을 찾아보고 싶었고,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이 거대한 댐이었다.
댐이라고 하면 우리에게는 사실 관광지라기보다는 거대하고 인위적인 구조물에 대한 거리감이 먼저 떠오른다.
왠지 위험할 것 같아 접근하기 꺼려지기까지 한다.
나 역시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댐, 경계를 허물다
그런데 이곳 쿤 단 프라깐 촌 댐은 첫눈에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댐이 마치 자연 속에 스며든 듯,
거대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도 주변 풍경과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아주 인위적인 구조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댐 바로 아래 하류에서는 현지인들이 시원한 물줄기 속에서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고 있었고(물론 안전을 위한 주의는 필요하겠지만), 댐 양쪽으로 이어진 육지는 잘 조성된 공원 같았다.
캠핑의자를 펴고 앉아 음료나 식사를 나누며 한낮의 평화를 만끽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정겹게 다가왔다.
댐 정상까지 올라가 보니 이곳은 또 다른 매력을 뿜어냈다.
카트를 빌려 댐 바로 위를 직접 운전하며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독특한 경험까지 가능했다.
댐 뒤편으로는 아름다운 협곡들이 즐비했고, 그 사이를 유유히 오가는 보트 투어 코스도 있었다.
마치 국립공원과 유원지가 절묘하게 겹쳐진 듯한 묘한 조화.
자연이 단단하게 구축한 땅 위에 인간의 손길이 더해졌지만, 그 경계가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댐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풍경들, 댐이었기에 허락된 여유가 넘실거렸다.
인위적인 것에 대해 다소 거부감도 있는 나에게는 댐이 주는 충격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 장소였다.
*쿤 단 프라깐 촌 댐
쿤 단 프라깐 촌 댐은 2005년에 완공된 다목적 댐으로, 태국 국왕 라마 9세(푸미폰 아둔야뎃)의 지시로 건설이 시작. 약 2.7km(2,720m)에 달하는 댐 길이는 그 규모를 짐작게 하며, 롤러 다짐 콘크리트(Roller-Compacted Concrete, RCC) 공법으로 건설된 댐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것으로 알려짐. 이 댐은 나콘나욕 지역의 홍수를 조절하고, 농업 용수 및 생활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적인 역할. '쿤 단 프라깐 촌'이라는 이름 자체는 '국가의 방어선' 혹은 '수호 댐'이라는 굳건한 의미.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서 되려 자연에 더 가까워진 댐.
이번 출사를 준비하며 나콘나욕의 산과 폭포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곳 쿤 단 프라깐 촌 댐을 경험한 후로는 나에게 이 댐이 나콘나욕의 진정한 얼굴처럼 느껴졌다.
저수지 노을, 고요한 마무리
이 멋진 댐을 뒤로한 채, 우리는 두 번째 호텔로 향했다.
마침 다음 날 아침 일출을 촬영하기 위한 저수지가 그 호텔 근처에 있었는데,
이날 선셋을 보고 싶어 아주 잠시 들렀다.
후아이 프루 저수지(Huai Prue Reservoir / อ่างเก็บน้ำห้วยปรือ)에 도착할 때쯤 해가 막 지고 있었다.
저수지 주변으로는 차들이 엄청 많았고,
다들 캠핑의자들을 가지고 와 선셋을 보며 여유를 즐기는 아주 평화로운 곳이었다.
우리도 잠시 캠핑의자를 펴고,
길지는 않았지만 고요함 속에서 짧은 여유를 즐기고 숙소로 복귀하며 내일을 기약했다.
두 번째 날은 댐에서 시작해 저수지에서 마무리되었다.
처음에는 무겁게만 느껴졌던 '물'이라는 요소가, 오늘은 꽤나 따뜻하고 인간적인 온기로 다가왔다.
산과 나무 사이를 지나며 '내면의 정화'를 느꼈던 어제가 그랬다면,
오늘은 넓은 수면 위에서 바라본 '시선의 확장'을 경험한 날이었다.
물이 흐른다. 흐름의 방향은 정해져 있지만, 그 안의 풍경은 언제나 새롭다.
오늘의 나콘나욕은, 그 물길처럼 조용히, 그러나 다르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