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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다른 태국> 우연의 밀도

태국 나콘나욕 | 3

by 강라마

태국 나콘나욕 | 2

새벽의 예감

새벽 4시, 나콘나욕의 마지막 아침은 어둠 속에서 시작되었다.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후아이 프루 저수지(Huai Prue Reservoir)로 향했지만,

새벽 공기는 낯선 으스스함으로 가득했다.

초입을 지키는 한두 사람, 그리고 어둠 속에서 마주친 개들의 실루엣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안겼다.

'괜히 왔나' 하는 후회가 스쳤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이곳까지 왔으니, 반드시 무언가를 담아가리라.

차에서 내려 냉랭한 새벽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산 근처라 그런지 공기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했다.

예상 일출 시간을 확인하니,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음을 깨달았다.

전날 비가 많이 내렸던 터라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해는 보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쉬움과 실망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오늘은 나에게 일출이 허락되지 않았음을 깨끗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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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의 결

대신 발길이 닿는 대로 저수지 뚝의 끝자락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어제는 차 안에 머물며 한자리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오늘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열어주었다.

같은 저수지였지만, 내가 움직이는 만큼 산의 미묘한 윤곽과 나무들의 섬세한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차로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산길까지 걸어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문득, '만약 일출을 찍었다면 이 길을 걸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솔직히 말하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일출을 놓친 아쉬움은 이내 사라지고, 대신 다른 풍경들이 내게 성큼 다가왔다.

어쩌면 잠시 숨어 있어 준 해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의도치 않게 아침 운동까지 겸하게 된,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시간이었다.

아쉬움을 새로운 발견으로 채워 넣은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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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궤적

아침 촬영을 마치고 호텔 체크아웃을 한 뒤, 점심 무렵 우리는 새로운 목적지로 향했다.

전날 저녁 식사를 했던 식당 사장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사이통'이라는 곳이었다.

사실 이곳은 나콘나욕 출사 계획에 없던 곳이었다.

하지만 현지인의 추천이라는 말에, 기존 계획을 과감히 변경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사이통은 나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분위기를 선사했다.

좁은 산길을 따라 차로 오르니, 양쪽에 빽빽하게 늘어선 거대한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그 길을 걷는 순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한 감성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난 도로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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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의 여운

그 길 옆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계곡물이 저수지와 맞닿는 지점에 다다르자, 또 다른 시대에 들어선 듯한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 펼쳐졌다.

맑은 물이 흐르는 풀밭에는 사람들이 캠핑 의자를 펼치고 앉아 평화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이곳은 무조건 그래야 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어제 식당 사장님이 가끔 야생 코끼리도 물을 마시러 내려온다고 했던 말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이토록 자연 본연의 모습이 살아있는 곳이라면, 코끼리가 나타나는 것이 당연할 터였다.

만약 어제 그 식당을 가지 않았거나,

사장님의 말을 흘려들었다면 이토록 멋진 풍경을 결코 마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출사를 다닐수록 나의 계획과 의지도 중요하지만,

우연히 듣게 되는 현지 정보에 귀를 기울이는 것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단순히 밥을 먹으러 갔던 그 순간이, 오늘의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물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감사한 마음으로 그 풍경들을 오롯이 담고, 우리는 나콘나욕에서의 모든 여정을 마무리하며 집으로 향했다.

새로운 발견과 감동으로 가득 찬,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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