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나콘나욕 | 1
태국 나콘나욕에서의 2박 3일 출사, 그 첫날의 기록이 시작되었다.
일찍이 칸차나부리의 깊은 시간들을 마주했던 터라,
이번 나콘나욕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마음을 비우고 바라보는 것이 먼저였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나서고,
나콘나욕 외곽의 한적한 길을 따라 점심 쯤 되서 도착한 첫 출사지는
바로 왓 쭐라폰 와나람(Wat Chulabhorn Wanaram) 사원이다.
이름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본능적으로 제일 먼저 가보고 싶다는 직관에 따라 이곳을 선택했다.
*나콘나욕
나콘나욕은 태국 중부에 자리한 평화로운 도시다. 방콕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져 있어,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기에 좋은 곳이다. 특히 울창한 숲과 웅장한 폭포, 그리고 풍부한 불교 유적들이 많아 태국인들에게는 휴식과 명상의 장소다. 도시의 이름 '나콘나욕(Nakhon Nayok)'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숨어 있다. '나콘(Nakhon)'은 산스크리트어로 '도시'를 의미하고, '나욕(Nayok)'은 '면세'를 뜻하는 '논'과 '면제하다'는 뜻의 '세금'이 합쳐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세금이 면제된 도시'라는 뜻이다. 과거 아유타야 왕국 시절, 이곳은 숲이 우거지고 말라리아가 심해 사람들이 살기를 꺼려 하자, 왕이 백성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농지 세금을 면제해 주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역사는 11세기 드바라바티 왕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나무 터널, 맑은 에너지로의 초대
사원으로 향하는 길에 접어들자마자, 나는 숨을 들이켰다.
기대 이상으로 길고 웅장한 대나무 터널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양쪽에서 하늘로 솟아오른 대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기대어 아치를 이루고 있었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햇살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길이가 약 800미터에 달한다는 이 자연 터널은 입구부터 마음을 압도하며,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직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 소리만이 가득한 고요한 세계로 안내했다.
터널 안으로 한 발 한 발 들어설수록, 푸른 대나무의 싱그러운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걷는 동안, 찰칵거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조차 주변의 정적을 깨뜨리는 듯 조심스러웠다.
이곳에서 만난 스님께서 말씀해주시기를,
이 길을 지나가면 액운은 씻어 정화되고 좋은 에너지가 깃든다고 했다
그런데 단순한 말씀이 아니라,
실제로 그 초록이 가득한 공간을 걷는 동안 내면이 서서히 맑아지는 듯한 기분을 실제로 느꼈다.
몸과 마음이 맑게 정화되는 듯한 경험이었다.
단순한 ‘인생 사진’ 명소가 아닌, 이곳은 그 자체로 내면을 정화시키는 명상적 공간이었다.
왕실의 축복, 그리고 가장 맑은 사원
대나무 터널을 지나자 비로소 왓 쭐라폰 와나람 사원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붉은색과 금빛이 눈부신 본당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곳은 2007년(불기 2550년) 쭐라폰 와라락 공주님의 50세 생신을 기념하여 건립되었고,
공주님께서 직접 사원 이름을 하사하셨다고 한다.
이러한 왕실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사원에 특별한 의미와 품격을 더하는 듯했다.
본당 안으로 들어서니 이곳에는 ‘Phuttha Techa Mongkhon Chai’ 사리가 모셔져 있었다.
나는 공손히 절을 올리고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경내를 걸으며 내면이 고요해지는 순간을 맛봤다.
조급했던 마음이 잦아들고, 마치 '여기 있다'는 존재감이 온몸으로 와 닿는 기분이었다.
본당 주변에는 넓은 식물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나의 눈을 사로 잡은 것은 수많은 나무들이었다.
어떤 종류의 나무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곧게 뻗은 거목들이 수십, 어쩌면 수백 그루나 둘러서 있었다.
이 나무들이 마치 이 사원을 크게 둘러싸며 나쁜 기운으로 부터 보호하고 있는 느낌이 들정도였다.
이곳은 자연과 종교가 한 곳에 어우러져 평화로운 쉼을 선사하는 공간이었다.
사찰이지만 ‘쉼’이 자연스럽게 허락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가본 사원 중에서도 이곳은 유독 맑은 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내 내면이 맑아지는 듯한 경험은 이곳 왓 쭐라폰 와나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었다.
*필자는 특정 종교를 믿지 않으며, 무교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느껴진 인상을 기록하였음을 밝힙니다.
나콘나욕의 첫 기억
왓 쭐라폰 와나람에서 보낸 시간은 나콘나욕에서의 첫날을 완벽하게 채워주었다.
시끌벅적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의 품에서 고요함을 느끼고,
그 안에 숨겨진 신성한 공간과 마주하는 경험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첫날의 일정을 왓 쭐라폰 와나람에서 마무리하고, 우리는 다음 날의 여정을 기대하며 숙소로 향했다.
*사원 초입의 모습
주말에는 가게들이 모두 열어 북적거린다고 한다.
다양한 간식, 음료, 음식점과 잠시 앉아서 쉴 수도 있는 카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