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리랜서 재수생이다. 2년 차 때, 사수 선배와 동반 퇴사 후 호기롭게 프리랜서 마케터에 도전해본 적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도전은 1년을 채 넘기지 못했는데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당시 프리랜서 생활을 유지하기에 나는 3가지가 부족했다.
첫째, 실력
둘째, 경험
셋째, 인맥
첫 번째, 실력. 사실 2년 차 마케터가 회사를 뛰쳐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 그리 많겠는가. 선배와 나는 당시 '카드뉴스 제작'을 대행하는 업무로 프리랜서를 시작했는데, 건당 수익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도 선배는 일러스트를 그릴 줄 알고 디자인 툴을 잘 다뤄서 부가가치가 높은 여러 업무를 담당할 수 있었지만, 나는 디자인 능력이 초보 수준이었기 때문에 맡을 수 있는 업무의 대부분이 카드뉴스 문안 작성이었다. 기본 단가 자체가 워낙 낮은 일이라 수익이 높지 않았고, 그런 면에서 점점 현실적인 한계를 느꼈다.
두 번째는 경험이다. 나는 콘텐츠 마케터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고, 그러려면 다양한 마케팅 프로젝트 경험이 필요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는 마케팅의 아주 아주 극히 일부분인 '카드뉴스 제작' 업무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마케팅의 범위가 너무 좁았다. 프리랜서로 처음 시작할 땐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콘텐츠를 만들고 디자인한다'는 게 목표였는데 그걸 왠만큼 이루고 나니 한정된 범위가 오히려 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또, 카드뉴스로 만들어야 할 상품에 대한 정보를 볼 때마다 '아, 이 브랜드는 여기랑 협업하면 좋을 텐데', '카드뉴스 말고 이런 콘텐츠 만들면 잘 팔릴 텐데' 등 여러 마케팅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나는 카드뉴스 제작밖에 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점차 손발을 다 묶고 일하는 것만 같았고, 아직 나에겐 회사가 더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지막은 인맥이다. 프리랜서에게 인맥, 굉장히 중요하다. 나를 포함해 지금껏 만나본 프리랜서 대부분, 지인이 주는 일로 프리랜서의 첫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다. 또 회사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 보면, 모든 일이 '사람'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어쩌면 인맥이 곧 일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고로,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본인이 프리랜서로 독립할 수 있을 지 가능성이 궁금하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함께 일했던 누군가에게 외주 제안을 받은 적 있는지 혹은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혹시 쉬면서 이런 일 할 수 있겠냐고, 연락하겠다는 식의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 이런 시그널들이야말로 프리랜서로 독립이 가능하다는 확실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회사 하나 다녀본 게 전부였기 때문에 인맥 풀이 너무 좁았다. 실력도 키우고 다양한 경험도 늘리면서 인맥까지 쌓으려면 '회사'가 답이었고, 결국 1년 간의 프리랜서 생활을 끝으로 다시 취직을 했다. 프리랜서로 독립을 실패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도전을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후 회사를 다니는 마음가짐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회사만이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회사는 언젠가 프리랜서로 독립하기 위한 정거장이었고, 그 목표가 생기니 회사에서의 시간을 단 1분도 허투로 쓰고 싶지가 않았다. 회사를 최대한 뽑아먹기 위해 일을 주도적으로 계획하며 성취를 늘렸고, 이는 탄탄한 커리어가 되어주었다. 일을 대하는 이런 태도는 주변에 좋은 사람을 끌어당겼고, 자연스럽게 인맥이 늘어났다. 지금 만 5년을 꽉 채우고 다시 프리랜서로 독립하게 된 계기 역시 전 직장 동료의 제안 덕분이었으니 그때의 프리랜서 첫 경험은 어쩌면 지금의 나를 만든 핵심적인 경험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므로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면 한번 점검해보자.
1) 지금 회사에서 독립해서 할 수 있는 일의 단계가 어디에 있는지
기획/제작 - 운영 - 브랜딩/컨설팅, 어느 단계까지 가능한지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달라지고 수익의 정도도 달라진다.
2) 회사가 줄 수 있는 여러 이점들을 포기해도 괜찮은지
작은 회사라도 브랜드라서 가능한 일들이 존재한다. 아직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브랜드를 활용해 쌓을 수 있는 경험이 많다면, 독립 시기를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3) 지인에게서 일을 의뢰받을 수 있는지
나와 함께 일해본 사람들이 나의 첫 고객이다. 나의 능력이 시장에 나가서도 상품성이 있는지 파악하는 방법은 회사 동료들의 제안으로 판단해보자.
물론 나처럼 1년 정도의 기한을 정해두고 직접 부딪히면서 내가 뭘 잘하고 뭐가 부족한지 확인해보는 방법도 좋다. 하지만 그렇게 무작정 도전하기에 불안과 걱정이 앞선다면 이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삼아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