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저는 무조건 큰집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친구들도 마음껏 초대하고 방도 대궐처럼 큰 공주방을 갖고 싶은 바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정리를 못하는 어린이,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불만은 언제나 작은 집, 작은 내 방이었습니다. 정리정돈을 못하는 이유는 방이 좁아서 공간이 부족해서였다는 공간 탓을 했습니다. 집(방)이 더 크면 정리정돈이 수월하고 훨씬 깨끗하고 단정한 집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생활형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집 평수도 함께 켜졌습니다. 하지만 상상과 달리 집은 커졌지만 방은 더 어지러워졌습니다. 늘어난 공간만큼 물건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었지요. 방안에는 잘 사용하는 물건도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는 물건과 불필요한 물건, 언젠가 쓸 미래의 물건들이 함께 뒤엉켜 있었습니다. 모두 필요하고 잘 사용하는 물건이었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이 필요 없는 물건들이 갈 곳을 잃어버리고 정리정돈이 되어있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그 당시 집이 크다고 정리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님을 몸소 체험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아니었던가요. 결혼을 해서 살림을 꾸리게 되었지만 여전히 정리정돈은 젬병이었습니다. 집이 조금만 더 컸으면, 수납장이 조금 더 있었으면, 우리 집은 왜 팬트리가 없는가 라는 생산성 없는 불평과 그 마음은 또 고스란히 공간을 탓했습니다.
그런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마음들은 미니멀라이프를 만난 후에 뿌리를 뽑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리라는 것은 집의 크기와 큰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고 필요한 물건만 남기면 아무리 작은 공간일지라도 깔끔하고 단정한 곳이 됩니다.(라는 것을 현재 몸소 체험 중입니다.)
신혼 초 두 명이 살던 32평에서 18평 관사로 이사 가던 날 방 한 칸이 못쓰는 창고방이 돼서 속상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18평에서 29평으로 가던 날에는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기대 와는 달리 무려 10평의 공간이 넓어졌는데도 별차이가 없었다는 것이죠. 참 이상한 일입니다. 얼마 전 29평에서 10평이 적은 17평으로 이사 가던 날이었습니다. 이삿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사 전날까지 어떻게해서든 짐을 줄여보려고 애를 썼겠지만 이번 이사는 걱정보다는 설렘이 더 앞섰습니다. 과연 새로운 우리 집 정리를 어떻게 해볼까?하고요. 그 날 이사는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짐 싸는데 1시간 푸는데 1시간이 걸릴정도로 짐이 많이 없던 이사였습니다.
넓고 단정한 집을 원한다면 중요한 것은 집 평수가 아닙니다.(과거의 저는 집 평수가 중요했습니다. 많은 짐을 보관해야 했으니까요.) 70평이든 20평이든 불필요한 물건, 안 쓰는 물건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70평을 20평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20평을 50평으로 느낄 수 있다는 비밀을 알아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