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리스트 귀선 Jul 12. 2023

만약 큰 집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다들 큰 거 좋아하시지 않나요? 저는 좋아했어요...

어릴 때 저는 무조건 큰집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친구들도 마음껏 초대하고 방도 대궐처럼 큰 공주방을 갖고 싶은 바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정리를 못하는 어린이,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불만은 언제나 작은 집, 작은 내 방이었습니다. 정리정돈을 못하는 이유는 방이 좁아서 공간이 부족해서였다는 공간 탓을 했습니다. 집(방)이 더 크면 정리정돈이 수월하고 훨씬 깨끗하고 단정한 집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생활형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집 평수도 함께 켜졌습니다. 하지만 상상과 달리 집은 커졌지만 방은 더 어지러워졌습니다. 늘어난 공간만큼 물건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었지요.  방안에는 잘 사용하는 물건도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는 물건과 불필요한 물건, 언젠가 쓸 미래의 물건들이 함께 뒤엉켜 있었습니다. 모두 필요하고 잘 사용하는 물건이었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이 필요 없는 물건들이 갈 곳을 잃어버리고 정리정돈이 되어있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당시 집이 크다고 정리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님을 몸소 체험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아니었던가요. 결혼을 해서 살림을 꾸리게 되었지만 여전히 정리정돈은 젬병이었습니다. 집이 조금만 더 컸으면, 수납장이 조금 더 있었으면, 우리 집은 왜 팬트리가 없는가 라는 생산성 없는 불평과 그 마음은 또 고스란히 공간을 탓했습니다.


그런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마음들은 미니멀라이프를 만난 후에 뿌리를 뽑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리라는 것은 집의 크기와 큰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고 필요한 물건만 남기면 아무리 작은 공간일지라도 깔끔하고 단정한 곳이 됩니다.(라는 것을 현재 몸소 체험 중입니다.)


신혼 초 두 명이 살던 32평에서 18평 관사이사 가던 날 방 한 칸이 못쓰는 창고방이 돼서 속상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18평에서 29평으로 가던 날에는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기대 와는 달리 무려 10평의 공간이 넓어졌는데도 별차이가 없었다는 것이죠. 참 이상한 일입니다. 얼마 전 29평에서 10평이 적은 17평으로 이사 가던 날이었습니다. 이삿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사 전날까지 어떻게해서든 짐을 줄여보려고 애를 썼겠지만 이번 이사는 걱정보다는 설렘이 더 앞섰습니다. 과연 새로운 우리 집 정리를 어떻게 해볼까?하고요. 그 날 이사는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짐 싸는데 1시간 푸는데 1시간이 걸릴정도로 짐이 많이 없던 이사였습니다.


넓고 단정한 집을 원한다면 중요한 것은 집 평수가 아닙니다.(과거의 저는 집 평수가 중요했습니다. 많은 짐을 보관해야 했으니까요.) 70평이든 20평이든 불필요한 물건, 안 쓰는 물건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70평을 20평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20평을 50평으로 느낄 수 있다는 비밀을 알아버렸습니다.


이사오면서 기대가 되었던 바로 17평 그집


이전 13화 SNS 속 우리 집은 가짜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